오랜만에 여기저기 가입해 놓은 각종 커뮤니티와 게시판들을 쭉 둘러보고 새삼 블로그를 좋아하게 된 이유에 대해 쓰고 싶어 졌습니다.
모뎀으로 PC통신을 하던 시절에는 어디 동아리나 무슨 동호회 같은 곳에 잘 가입하지 않았고 대신 가입을 하면 소속감이 강했습니다. 활동은 잘 안해도 '나는 ○○인이다.' 하는 그런 느낌을 많이 가지고 있었죠. 당시 청소년이어서 그런 게 더 했던 것 같습니다.
환경이 바뀌어 다들 인터넷으로 옮겨오고 나름 공부하면서 놀면서 자기정체성을 찾았달까요. 이제는 '뭐가 필요한데 △△에만 자료가 있네.' 같은 실질적인 필요에 의해 가입하게 되더군요.
물론 필요라고 해봤자 취향에 따른 필요였으니 어차피 어느정도는 성향이 비슷한 곳들이라 처음에는 꽤 마음에 들었던 곳도 몇 군데 있었습니다. *열* 같은 청소년 유해사이트라고 생각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화목하고 정보가 많아 좋아했고 가끔 가다 글이나 자료도 올렸습니다.
그런데 군대 갔다 오니까 꽤 많이 사라졌더군요. 거참 인터넷은 생기기도 잘 생기지만 사라지기도 잘 사라집니다. 하여간 이제 다 관두고 공부나 할까 하던 차에 전지현한테 홀랑 넘어가 카페에도 가입하고 블로그도 그때 처음 제대로 써보기 시작했지요. 내용은 그때나 지금이나 잡담이지만 홈페이지 같은 거 보다 편하고 좋아서 맘에 들었습니다. 귀찮은 것도 질색이고 블로그에 글쓰기라는게 의외로 잘 맞더군요.
즐겁게 쓰기는 했지만 블로그란 어떤 거다 라는 개념이 없어서 네이버 안에서만 줄창 놀았답니다.
그러다
이글루스의 유명인 잠보니님의 트랙백을 통해 이글루스를 알게 되었고 네이버의 블로그 서비스가 점점 변질 되면서 싫어지더군요.
그래서 예스24나 파란 같은 다른 곳을 써보려고 마음은 먹었으나 귀찮아서 계속 네이버를 쓰다가 네이버가 컨텐츠를 빨아들인다는 괴악한 소리가 있어 결국 이글루스로 옮겨 갔으나 얼마있지도 못하고 SK에 인수된다는 소식에 결국 태터까지 왔습니다. 진득하니 한 건 네이버 밖에 없군요. 언제 정리해서 글 옮겨야 할 텐데 항상 귀차니즘이 문제에요.
네이버 백업 툴은 발견했는데 XML로 백업하는게 아니고 어차피 이곳에 추가해야하니까 뭉뚱그려서 다듬는 수 밖에요.
길게 썼지만 결론은 거진 은둔형 외톨이를 인터넷에서라도 양지로 끌어낸 전지현 만세!
사실 게시판 같은 곳에서 활동은 잘 안하지만 분위기는 좋아했지요. 잘 모르는 사람들이 서로 친목을 도모하고 고수가 초보를 돕는 모습은 보는 이에게 실로 흐뭇함을 주는 광경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제가 있던 곳들이 소수의 몇 곳을 빼면 하나 같이 공구나 공제 또는 운영비 같은 돈 문제가 얽혀 험악하게 싸운다거나 규모가 커지고 생각이 다른 사람이 늘어나고 친한 사람끼리 뭉쳐 끼리끼리 놀기 시작하면서 슬슬 금이 가서는 작은 걸로도 크게 싸운다거나 자기가 아는 것, 자기의 생각만이 옳다고 싸우는 곳이더라구요.
그런 것에 진절머리가 날지경인데 블로그는 그런 결속력 강한 커뮤니티는 아니지만 올블로그 처럼 정보를 묶어주는 곳이 충분한 기능을 해주니까 좋더군요. 자유롭게 정보를 공유하면서도 동시에 배타적일 수 있고, 자기들끼리 싸우는 꼬라지를 게시판에서 어쩔 수 없이 보게 될 일도 없고, 억지 주장이 있어도 동호회처럼 분위기를 안타니 가볍게 무시해 버릴 수 있어서 정보를 모으고 분류하는 작업이 귀찮기는 하지만 블로그가 정말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