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나 국가라는 개념 속에는 처음부터 소수자를 소외시키고 억압하는 장치가 들어있다는 단순하며 잔혹한 사실과 누구라도 소수자 취급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소수자의 자유가 인간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러한 것들을 독자들이 읽어내 주기를 바란다.
‥고 저자 후기에 쓰여있다. 확실히 책은 계속해서 소수와 다수의 관계에 대해 강조하고 있기는 하다. 어느 정도냐 하면 '작가는 이 책을 읽을 돌대가리들에게 세뇌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거듭 강조하는데, 계속해서 여러 가지 비유를 들어준 덕에 조금 부담스럽긴 해도 그리 어색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하필이면 소수자 중에서도 도저히 다수자가 될 수 없는 이시하라와 그 무리(어떻게 관계지어졌다고 보기 힘드니 표현하기도 힘들다.)를 골랐다는 거다.
일본은 미국한테만 꼬리 치다 돈 떨어져서 팽 당하면 서럽겠지만 그렇다고 공공연히 주먹질하고 다닐 생각하지 말고 여러 친구를 사귀고 공부 열심히하라는 소리가 훨씬 강하다보니 어째서 고려원정군을 이시하라 무리가 상대하는가에 대해서는 그 소수자 무리의 되먹잖은 성격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아니면 못읽었던지. 한번 밖에 읽지 않았으니 후자일 수도 있겠지만 우선 전자라는 가정하에 생각해보니 그 부분은 정말 뚜렷하지가 않다.
얼마전에 북한이 미사일을 쏘고 나서 일본 정부가 방어차원의 선제공격 운운하자 일본 야당 대표라는 사람이 이를 비판하며 한 말이 뉴스에 나왔는데 그 중에 관심을 끄는 말이 "적이라고 규정하면 전쟁을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이 책에서 이시하라 무리가 고려원정군과 싸우게 된 직접적인 계기도 이시하라가 고려원정군을 적이라고 규정한 게 이유다. 물론 다른 사람들도 거기에 공감을 해서 공격한 거지만 잠깐동안 일본인들은 적 아니면 우방이라는 이분법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분명 침략자니 적이 맞기는 하지만 적이라고 규정하기 전에는 고려원정군의 강력함에 환호하던 자들이 무엇 때문에 공격을 가했는지는 오호리 공원 사건만으로는 잘 이해되질 않았다.
무라카미 류가 우익이라는 소문을 들었지만 북한 특수전 부대의 반란군들이 후쿠오카를 점령한다는 꽤 자극적인 이야기를 호전적으로 끌고가지 않고 일본은 좀더 주변을 둘러보고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한것으로 봐서 작가의 성향이 군비확장 같은 거친 방법이 아니라 국민의 의식변화라는 건전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는 건 알겠는 데 문제는 여기에 나오는 소수자들이 내 생각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사고를 하는 소수라 걸리적 거렸다.
그런 걸 떠나서 글은 읽기 편하고 묘사가 좋아 쉽게 영상이 그려졌다. 영화화를 한다더니 적어도 화면은 볼만하게 나오리라 기대한다. 모험활극으로도 볼 수 있다더니 진짜 활극이더라.
그리고 책 내용과는 상관없는 부분이지만 책을 끝까지 읽을 때 까지도 스튜디오 본프리가 한국의 출판사가 아니라 무라카미 류의 프로덕션인 줄 았았다. 일본의 특촬물에 본프리라는 조직이 나왔던 기억이 나서 그렇게 생각했더니 편집장이 송락현 씨인 걸 보고서야 수긍했다.
마음에 들지않는 건 양장본인데 표지의 인쇄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 때가 잘묻는 건 둘째치고 색이 번지다니! 표지의 종이 질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차라리 북하우스의 말로 시리즈처럼 표지를 따로 만들지 말던가, 교보문고에서 별다른 할인도 없이 산 책이라 비싸게 샀는 데 너무 실망스럽다. YES24에서 살 때 보다 실망감이 두배. 게다가 책을 살 때면 언제나 그렇듯이 오탈자가 눈에 걸린다. 하긴 이 책도 초판 1쇄니 어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