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길이라는 나이 지긋한 백정이 장터에 푸줏간을 내었는데 양반 두 사람이 고기를 사러 왔습니다. 그중 한 양반이 그 백정에게 반말로 주문을 하였습니다.
"얘, 상길아. 고기 한 근 다오."
"그러지요."
박상길은 솜씨좋게 칼로 고기를 베어서 주었습니다.
함께 온 양반은 상대가 비록 천한 신분이긴 하지만 나이든 사람에게 말을 함부로 하기가 거북했습니다.
"박 서방, 여기 고기 한 근 주시게."
"예, 고맙습니다."
기분좋게 대답한 박상길은 선뜻 고기를 잘라 주는데, 처음에 산 양반이 보니 자기가 받은 것보다 갑절은 되어 보였습니다. 그 양반은 화가 나서 소리쳤습니다.
"이 놈아, 같은 한 근인데 어째서 이 사람 것은 크고 내 것은 작으냐?"
그러자 박상길이 대답했습니다.
"손님 고기는 상길이가 자른 것이고, 이 어른 고기는 박서방이 잘랐으니까요."
이 이야기는 여기서 가져왔습니다.
이야기의 배경인 조선시대에 백정은 천민의 신분이고 양반은 백정이 자기보다 나이가 많다고 하여도 하대를 하는 게 당연한 시절이지요. 이야기의 변형에 따라 박상길이라는 백정은 손님인 양반보다 나이가 많기도, 적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 이야기에서 교훈을 찾자면
아랫 사람이라고 함부로 대하지마라.겠지요. 현대에도 고객이 가게주인에게 함부로 대하는 건 예사지만요.
저는 방송에서 반말을 하는 것이 패륜을 조장한다고까지 생각하지는 않지만 나이차가 있는데 반말하는 게 좋다는 생각은 더욱 안 합니다. 위의 이야기처럼 아랫 사람도 반말 들으면 기분나쁜데, 윗 사람은 좋을 턱이 있나요.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해 나이 차가 있어도 친구가 되는 게 좋다는 건, 쌍방이 합의할 때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불특정 다수가 보는 방송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건 좋지 않거든요.
하긴, 아랫사람은 항상 윗 사람에게 존댓말을 하도록 배워왔지만, 정작 윗 사람이 아랫 사람을 배려하는 낮춤말이 아닌 반말을 마구해대고 친하게 대하는 거라고 둘러대니, 그럴바에는 같이 반말하자고 하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지만 결국 자기에게 기분 나쁜 걸 윗 사람에게 강요하는 모양새라 그걸 보는 것도 편치않더군요.
그런데 방송이나 인터넷의 어떤 곳에서부터 반말을 슬금슬금 써대더니 어느 순간부터 81년생인 저에게 반말을 하면서 뭐가 이상한지 모르는 86년생들을 만나게 되더군요. =ㅅ=;
이거 가정교육만 탓할 게 아니라 방송과 인터넷 등의 매체의 영향력 탓이 크다고 보거든요. 제가 쇼나 개그 프로그램을 잘 보지않기 때문에 과연 그런 방송의 영향이 얼마나 심각할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식으로 서로 반말하는 프로그램을 본 다면 우선 제 기분이 나쁠 것이고, 그런 프로에서 보고 저에게 써먹는 어린이를 만난다면 한층 더 기분 나쁠 것 같습니다.
쓸데없이 장황하게 썼는데 결론은
반말보다는 존댓말과 낮춤말을 쓰자.에 한 표입니다.
쓰고싶을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