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멜」 그를 위한 담담한 변명

Posted at 2006/10/28 00:06// Posted in 도서
「롬멜」 마우리체 필립 레미 / 박원영 번역 / 생각의나무


꽤 오랫동안 천천히 읽었지만 감상이랍시고 쓸게 없습니다. 위인전인 것도 아니고 딱히 자극적이지도 않아서 재미없다고 할 수도 있는 책이거든요. 사실 저는 이 책을 읽을 때, 저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롬멜이란 개인에 중심을 두고 보기보다는 군대있을 때 읽었던 밴드 오브 브라더스와 비교하면서 2차 대전에 대한 양쪽의 상황묘사를 비교하며 읽는 재미로 봤습니다.

아무튼, 롬멜. 이 아저씨 정말 사람이 질박한 사람이더군요. 완전히 주인을 잘못만난 칼이랄까요. 히틀러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나찌면서도 유태인 학살 등의 전쟁범죄에는 가담하지 않고 잔학하거나 피해만 늘릴 뿐인 명령은 거부하는, 조금 독특한 아저씨더군요. 능력도 있고 성품도 나쁘지 않은 군인이었기에 전쟁 중에도 많은 존경을 받았다고하니 대단합니다.

그러나 이런 쟁쟁한 인물들이 있었지만 독재자는 상태가 안 좋고, 그 주변에는 아첨꾼들이 득세하니 롬멜 같은 온건한 사람들은 영향력이 줄어들고 극단적인 나찌나 생각없는 출세지향형의 인간들이 힘을 얻어  전쟁을 끝낼 시기를 놓친 것이 독일이 패전한 원인이 아닌가 싶더군요.

중요한 건 상황이 그 모양으로 돌아가자 독일 내부에서도 히틀러와 나찌에 의한 정부를 무너뜨리고 전쟁을 끝내려던 세력이 있었고 쿠데타를 일으키고 새로운 국가원수로 롬멜을 추대하자는 계획이 있었다는-독일의 저항세력에 대해서는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습니다.- 것이 겠지요. 물론 롬멜도 이 계획에 대해 알고 있었고 동조하기까지 했다는 것도요.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조차도 히틀러를 죽일 수는 없다고 했다는 것에서 참 고지식한 노인네구나 싶다가도 노르망디 상륙작전 성공 후에 계속 밀고 들어오는 연합군을 상대로 히틀러를 무시하고 강화를 시도하려 했다는 걸 보면 참 무모한 아저씨구나 싶었습니다.

그야말로 이런 게 인간이라는 거지요. 갈팡지팡 우유부단한 듯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을 잃지 않고 바른 길을 따라가려는 사람은 매력적인 법입니다. 이 책을 쓴 사람은 확실히 우익이나 좌익에게 정치적으로 이용당하지 않은 인간 롬멜에 대해서 쓰고 싶었나 봅니다.

한국의 역사 속 위인들도 이렇게 정치적 의도로 부터 분리해서 개인으로서 조명하는 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2006/10/28 00:06 2006/10/2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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