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한국인이다」 구로다 가쓰히로 / 신동백 번역 / 정음사


1986년에 나온 책이니 출판되고 시간이 꽤 흘렀지요. 전 이 책을 손에 집히는 대로 읽던 십대 초중반에 처음 읽었습니다. 여태까지 여섯 번 이상은 읽은 것 같군요. 그때의 우리집은 친척들이 왕래하며 놓고간 책들이 쌓여서 수량은 적어도 종류면에서 가히 책의 던전이라 할 수 있었는데 좋은 시절은 끝났어요. 흠흠, 잡설은 제하고 본론으로.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당시 한국의 사회문화를 일본과 비교하면서 그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쓴 비교문화론으로 분류되기도 하는 그런 책입니다. 지금이야 친한 척하다 뒤통수 치는 일본인의 전형처럼 알려진 구로다 가쓰히로지만 책을 읽어보면 스스로 책에서 밝힌 것 처럼 지한파에 속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 읽는 재미가 있어서 심심풀이로 읽어도 괜찮고요.

일본 국회의원과 한국 국회의원이 골프를 쳤는데 융통성 있게 노는 한국 의원들을 보고 일본 특파원들이 놀라워 했다는 이야기 같은 것들이나 60년대 일본 홍등가에서 쓰이던 은어와 한글의 의미가 통하는데 흥미가 생겨 한국어를 배우게 되었다거나 하는 이야기들이 줄줄 나오는데 일본 사람들의 특징인지 몰라도 좋게 보면 익살이지만 안 좋은 방향으로 보면 비웃는 건가 싶은 문체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호스티스들의 이야기를 많이 인용하는 편인데 분명 그 시절에 여대생 보다야 호스티스가 많았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지닌 대표성이 여대생 보다 대중적인 것도 아니었을 텐데 그걸 대중적인 서민의 의견으로 판단했다는 거 부터가 좀 웃깁니다.

뭐, 한국생활의 상당부분이 접대였던 것 같고 한국에도 논다는 개념이 술집가서 여자끼고 돈 뿌리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같은 접대문화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생각하는 서민의 개념은 거기까지였나 보다 하렵니다. 시장에서 장사하는 평범한 아줌마처럼 일반적인 개념의 서민도 들먹이고 있으니까요.

이 책이 정말 재밌는 이유는 의외로 책에 묘사되는 한국인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이 차이가 니지 않는다는 거군요. 하긴 아직도 이 책의 저자랑 같이 술마시며 놀던 세대가 윗자리에 많이 남아있으니 변해봐야 얼마나 변했겠어요.
2007/02/09 16:39 2007/02/0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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