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이책저책 읽으면서 2차 대전 당시 일본에 있었던 일본인의 글도 보았고 전후 일본인의 글도 보았고, 우리입장에서 본 일본에 대한 글은 무수히 보았지만 미처 보지 못했던 한 조각. 식민지 조선에 살았던 일본인이 쓴 글을 이제서야 봅니다.
책은 '쪽발이', '가교', '이름없는 기수들', '눈없는 머리'의 세 개의 단편과 하나의 중편으로 구성되어있고, 각각의 이야기의 주인공은 모두 조선에 살았던 일본인입니다. 작가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인물들인 거지요. 이들은 서로 다르지만 일관된 모습을 보이는 게 재밌습니다.
특별히 악당도 아니지만 조선인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고, 한편으로는 열등한 취급을 받는 조선인에 대한 연민이 있으면서도 두려워합니다. 그중에서도 이 두려워한다는 것이 꽤 눈에 띄는데, 무지막지한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조선인과 어울려 놀기도하고, 조선인 학생을 가르치기도 하고, 조선인 가정부를 부리기도 하지만 결국 조선인들 사이에서 일본인이라는 이질감에 의한 두려움이 드러납니다.
미리니름이라…
모호하게 써서 일본사람들이 '우리도 피해자다.' 운운하는 책으로 오해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덧붙이자면, 일본에 남아있던 사람들은 모를 응어리가 있지만 이를 극복하고 국가와 국가의 관계, 대등한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이루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는 소설이며 , 공산주의자였던 작가의 낭만-투쟁과 수감도 낭만이라면-이 서려있어 여러모로 읽어볼만합니다.
쓰고싶을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