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거나 이렇게 움직이는 그림으로 보니 감회가 새롭더군요. 사실 이 작품 자체는 조금 별나지만 그렇게 특출 날 게 없는 순정만화가 될 수도 있었을 거에요. 작가가 10권에서 마무리를 지었다면 한때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처럼 수 차례에 걸쳐, 여러 미디어로 다시 만들어질 수는 없었을 겁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거기서 끝내지 않은게 정말 아쉬운 작품이기도 하지요.

고토코에게 낚인 유키
만약 10권에서 끝났다면 저 부분을 보며 그런 시절의 그런 순정만화로 기억했겠지만, 근성 연애물의 뚝심을 보여주던 10권까지의 내용 이후로는 고토코와 주변 사람들의 인생을 조망하는 작품이 되면서 이미 청소년 대상의 순정만화를 벗어났으니까요.
그리고 그 10권 이후의 내용이, 10권 이전의 내용을 그리 탐탁치 않게 여겼던 제가 이 만화에 대한 글을 쓰고 있는 이유지요. 머리나쁘고 잘하는 것도 없는 여자애가 엄친아 ―실제로도 아빠 친구 아들― 를 잡는다는 평범한 이야기가 고등학생이던 주인공과 친구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는 그야말로 인생을 그리는 대작으로 발전해 나가는 모습은 참으로 훈훈한 것이었습니다.
다만, 독자와 같이 늙어가는 만화의 길을 택한 이 만화가 어디서 끝날지를 모르겠더라는 게 불안하기는 했는데, 결국 미완의 작품으로 남고 말았지요. 작가인 타다 여사가 그렇게 작고하시지 않았다면 오래 연재하기로 '유리가면'에 필적하는 작품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라가와 작가의 '아기와 나'처럼 적당한 부분에서 끊었더라면, 10권 이후로 외전이나 한 편 그리고 말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했습니다만, 오랜만에 23권 까지 다시 읽어보니 역시 이만화는 그대로 계속 갔어야 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비록 과장되고 다소 엉성한데다가 다소 편견을 조장할 여지가 있다고 해도, 이만큼 한 사람과 그 주변의 인생을 행복으로 가득한 것으로 묘사하는 작품도 많지 않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