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감기인지는 몰라도 감기에 걸려 콧물을 찔끔거리고 가래가 들끓고있다네. 살면서 수십번은 앓은 것 같은 감기지만 언제나 치명적인 피해를 준적은 없지. 그렇다고 쫒아낸들 쉽게 나가지도 않고 말이야. 그렇게 대충 뭉게다가 약이 들은 건지 스스로 지겨워진 건지 훌쩍 떠나지만, 매해 환절기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것이 참 질긴 인연이로군.
이런 떠돌이 같은 삶을 사는 이유가 뭔가? 다른 병들처럼 좀 평범하게 살 순 없는 건가? 무좀처럼 '우리 평생 해로합시다.'하고 들러붙는 것도 아니요. 암처럼 '너도 죽고 나도 죽자.'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때되면 찾아오는 손님처럼 내몸을 드나드는데, 무슨 6.25동란 때의 부산 친척집도 아니고 친척은 왜그리 많은지 매번 다른 감기가 신세지겠다고 찾아오니, 저번에 왔던 친구를 위해 준비한 면역체계가 매번 허탕을 치지. 그나마 때에 한 번 찾아오고나면 다음에 돌아오는 때까지는 다시 찾아오지는 않으니 손님의 도리를 조금은 아는 모양이긴 하더군.
하지만 말이다. 세상에는 손님의 도리말고도 동료간의 예의라든지 이웃에 대한 배려 같은 게 있단 말이다. 혼자 와서 백혈구랑 캐삭빵을 하고 놀던지 가래와 콧물 생산으로 재미를 보던지 기관지를 쿡쿡 찌르던지야 타고나길 그래생겨먹었으니 어쩌겠냐만은, 허리 부근에서 디스크가 숨바꼭질하고 노는 몸에서 그러고 노는 건 심히 도리에 벗어난 것이지.
평소 같으면 자네의 장난질로 기침을 하면 목이 아픈가보다 하겠지만, 지금은 기침할 때마다 디스크 군이 놀라서는 쿵쿵 들이받는 바람에 두 배로 아프단 말일세. 하물며 개도 밥먹을 때는 건드리지 않는 법이 거늘 다른 친구가 노는 곳에서 행패를 부리는 것은 실로 점잖지 못한 일일뿐더러, 만민과 함께 평등과 화합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지구상의 존재로써 부끄러워해야함이 마땅하네.
어쨌든 자네 일가친척들과 오랜 교류를 가져왔네만, 올해처럼 섭섭한 적은 없다네.
부디 다음에는 주인집 사정을 먼저 살피는 손님이 되기를 빌겠네.
얼른 떠나 다음에 만나길 기약하며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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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싶을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