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푸른 해협」 이노우에 야스시 / 장홍규 번역 / 도서출판 소화
원나라의 압박으로 일본 출정하느라 고생한 고려를 다룬 역사소설이랍니다. 끝~
…은 아니고, 뭐라고 해야되나 매우 건조한 역사소설입니다. 인간관계는 깊이 얽히지 않고 상황에 대처하는 개인들에 대한 묘사가 중심이며 그에 따른 변화 정도만 나옵니다. 수 십 년에 걸친 사건들임에도 마치 한 순간에 광풍이 몰아친 것처럼 다루어서 다른 것이 끼어들 여지가 없습니다. 오로지 일본을 치려는 원나라와 어떻게든 피해를 줄이려는 고려의 이야기에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어서 읽기에는 편합니다. 술술 잘 읽혀요.
하지만 내용이 무어냐고 따져 본다면 이게 또 뭐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나라가 극단으로 몰렸을 때. 그리고 굴욕과 피해를 감내하며 대국을 받들어야 했던 고려의 상황을 패전후 일본과 동일시 하였다는 설명을 참고할 뿐입니다. 확실히 일제시대 조선과도 비슷한 장면들이 곳곳에 나오고 있더군요.
같은 고려인을 증오하는 홍다구나, 나라가 어려울 때 배신하고 잇속을 챙기는 배신자들, 그리고 원나라 관리면서도 고려의 편을 들어주는 사람 등 여러 인물들이 갈등하고 있지만 다소 밋밋해서 역사를 너무 충실히 따라간다 싶더군요. 확신을 못하는게 고려사는 학교에서 배우고 다 잊었어요;
어쨌거나 역사소설이긴 하지만 이건 시기를 타는 책입니다. 대중적이고 오래가는 사랑놀음 같은 것들이나 인물들의 생활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으니까요. 이 책이 가치를 가지는 건 책이 나온 시기가 1960년대 였기 때문일테지요. 일본사회에 반미(反美) 분위기도 좀 있고, 태평양 전쟁의 기억이 아직 남아있던 당시에는 상당한 공감을 얻었겠지만 지금에 와서는 이 책을 읽으며 대번에 그런 걸 떠올릴 만한 독자층은 꽤 얇아져 버렸을 겁니다. 그건 한국도 별 차이 없을테고요.
저 역시 작가가 의도한 것 보다는 고려사의 한 장면을 읽었다는 정도의 감상입니다. 뭐, '원종이랑 충렬왕 지못미.'하는 수준이지요. 읽는데 오래 걸리는 책도 아니고, 내용이 지루하지도 않으니 한 번 쯤 읽어볼만 합니다. 심지어 책값도 싼편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