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에 해당되는 글 52건

  1. 「바보와 시험과 소환수」 별거 없지만 참으로 상쾌하다 2010/02/17
  2. 「9S」아홉 권으로 끝나서 9s는 아니겠지 2010/01/16
  3. 「달의 문」 아! 페이퍼타월이 요기잉네 2009/11/21
  4. 「기나긴 이별」 초라하고 멋없는 말로 2009/11/19
  5. 「별의 계승자」 학회SF란 말이 잘어울린다 2009/09/27
  6. 「일본인이 본 역사 속의 한국」 혐한의 뿌리가 뭔지 알 듯 (2) 2009/09/25
  7. 「아내가 마법을 쓴다」 기대이상의 작품 2009/06/28
  8. 「대중의 미망과 광기」 그야말로 ‘고전’이다 2009/06/24
  9. 「이코」 조금 지루하고 조금 흥미로움 2009/05/31
  10. 「시간을 달리는 소녀」 표지는 산뜻하나 케케묵은 SF 2009/03/17
  11. 「노인의 전쟁」 오랜만에 쉬지 않고 읽었다 2009/02/23
  12. 「검푸른 해협」 잘 읽히는데 무슨 의미인지는; 2009/02/21
  13. 「도서관 혁명」 현실이 기묘하게 비틀렸다 (4) 2009/01/22
  14. 「야쿠시지 료코의 괴기 사건부」 1~6권까지의 감상 2009/01/18
  15. 「노기자카 하루카의 비밀」 이거 좀 낯뜨겁다 (2) 2008/07/18
  16. 「모략 - 언변논리」 세월이지나 다시 읽어보니 (2) 2008/07/14
  17. 「나는 한국에서 어른이 되었다」 서평에 또 속았다. (3) 2008/07/13
  18. 「얼터너티브 드림」 명성에 비하면 별로… 2008/06/27
  19. 「생활예절」 지금보면 골 때리는 거 많다. 2008/05/16
  20.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 예술의 국경이야말로 가장 높다 2008/04/20
  21. 「룬의 아이들 윈터러」 애장판은 괜찮았다 2008/03/22
  22. 「쪽발이」 모자란 한 조각을 찾았다. 2007/11/03
  23. 「풀 메탈 패닉!」 19권, 화끈하나 응아를 하다만 듯한 2007/09/11
  24. 「개는 말할 것도 없고」 소란스런 SF. 누군가는 떠들고 있다. 2007/08/16
  25. 「영웅 김영옥」 훌륭한 사람에 대한 훌륭하지 않은 책 2007/06/07
  26. 「풀 메탈 패닉!」 18권, 호랑이가 그런 거였냐! 2007/02/17
  27. 「한국인은 한국인이다」 재밌다면 재밌는 책 (5) 2007/02/09
  28. 「신족가족」 8권이 끝이라며! 2007/02/03
  29. 「미쳐야 미친다」 오호라 멋지구나. (4) 2007/02/02
  30. 「죽음에 관한 잡학 사전」 화장실 용 책. (2) 2006/12/19
 「바보와 시험과 소환수」 이노우에 켄지 / 김애란 번역 / 대원씨아이


만화에 대한 감상을 쓸까 책에 대한 감상을 쓸까 하다가 원작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책에 대해 써봅니다. 처음 이작품에 대해 알았을 때는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제목과 표지만 봐도 '이건 폭탄이다' 싶었거든요. 터무니 없는 설정에 그저그런 미소녀가 굴러다니는 고교시절을 그린 흔해빠진 라노베임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그렇게 잊고 지내다가 심심해서 인터넷을 뒤지던 중 애니화가 되어 떠도는 걸 발견해서 보기 시작했지요. 그리고 마침내 책도 구입하였습니다.

책을 보니 역시나 터무니없는 설정에 흔한 속성을 조합한 미소녀도 나오고 배경도 고등학교이지만, 하나 특출난 점이 있더군요. 주인공이 너무나도 바보라서 차라리 시원한 청량감입니다. 이는 애니에서도 잘 드러나는 부분이지만, 바보라도 그냥 바보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건 책에서 확실하게 보여주더군요.

게다가 짜증날정도로 치마를 들추고 팬티를 휘날려서 책을 내다버리고야만 모 작품과는 달리, 적당히 가리고 한번 비틀어주는 유머를 구사하는 부분이 좋았습니다. 이런 유머의 백미는 훌륭한 남아이지만 여자도 여자 취급하고 남자도 여자취급하는 히데요시의 존재지요. 여주인공들까지 존재감을 희미하게 만들어버리다니 대단합니다.

아직 책으로 2권까지 밖에 보지 않았지만 어떻게 되어도 실망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애초에 딱 그정도의 기대를 갖게하고 그정도의 재미를 주는 작품이라 속았다는 느낌도 없고 개똥철학을 설파할 것 같지도 않거든요.

적어도 'S9'보다는 마음에 드는 작품입니다.

뜬금없지만 애니메이션 엔딩이 이 작품의 느낌을 가장 잘 전달하는 듯 해서…
2010/02/17 00:26 2010/02/17 00:26

「9S」아홉 권으로 끝나서 9s는 아니겠지

Posted at 2010/01/16 18:25// Posted in 도서
「9S」 하야마 토오루 / 김혜리 번역 / 대원씨아이 


처음 서너권을 심심풀이로 구입했을 때는 꽤나 훌륭한 라노베라고 생각했습니다. 적당히 시간 때우기도 좋고, 읽는데 무리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뒤로 갈수록 애매해지네요.

우선 책이 너무 두껍습니다. 이런 책들은 대부분 한두권으로 하나의 이야기가 완결나는 데 이건 세권은 예사라, 8권이라고 해봐야 진행이 지지부진 하지요. 별로 풀어내는 이야기도 없는데 분량이 많다는 건 좋지 않아요. 실제로 분량이 늘어난 부분을 보면 같은 사건을 다른 인물의 입장에서 다시 반복하거나 전투를 지리하게 끌고가거나 하는 것들이 좀 있어요. 뭐, 영상화가 된다면 다듬어질 부분이겠지만 어쩄거나 호흡이 좀 긴편입니다.

그보다 문제는 독자를 괴롭히는 캐릭터들입니다. 물론 이런 캐릭터를 보고 아무렇지 않을 사람이 더 많긴 하겠지만, 전 몇몇 캐릭터를 보면서 계속 이걸 읽어야하나 싶었다고요.

예를 들어 나이 꽤나 자시고도 철이 덜들었는지 힘으로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쿠로카와 켄이라던가, 죽다 살아나니 노망이 들었는지 성인에 가까운 추앙을 받다가 용병으로 돌아선 영감탱이 루시퍼라든지 하는 개똥철학을 설파하는 이들도 그렇고 툭하면 겸손한 일본인 운운하며 해외의 독자로 하여금 '설마 니들은 진짜 그런 생각을 하고 사는거냐;'하는 의문과 짜증을 품게 만드는 알리샤 같은 캐릭터는 아무리 시간 때우기로 즐기는 책이라지만 못봐주겠더라고요.

1~7권까지 읽는 것에 3일이 걸렸는데 8권을 읽는데 2주가 걸렸습니다. 사놓고 읽기가 싫어서요. 일본문화에 익숙해진터라 어지간한 건 대강 넘기면서 봐주겠는데 제발 위에 적은 두 가지는 안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비록 '성계의~'시리즈도 이처럼 호흡이 긴 소설이고 개똥철학에 같잖게 우아한 아브에다 주변 국가 사람들은 다 바보 취급하는 겉멋만 든 물건이었지만 이거 보단 매끄럽게 끌어나갔다고요.

그래도 액션이 많아서 애니화하면 볼만할 거에요. 책은 9권에서 끝나면 좋겠지만요.
2010/01/16 18:25 2010/01/16 18:25

「달의 문」 아! 페이퍼타월이 요기잉네

Posted at 2009/11/21 22:33// Posted in 도서
「달의 문」 이시모치 아사미 / 김주영 번역 / 씨네21북스 


어떤 작가인지 알았던 것도 아니고 출판사가 추리소설로 유명한 곳도 아니지만 별 생각없이 RSS로 구독하던 신간 소개를 보다가 촌스러운 표지에 꽂혀서 사버렸지요. 소감을 말하자면 꽤 신선했습니다. 그동안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추리물만 봐왔거든요. 만화든 소설이든 탐정이나 형사 아니면 백수, 노파, 학생, 인형사 등 무엇이 되었건 개성있는 캐릭터가 나와서 이름을 알리는 추리물을 봐왔는데 이 작품의 탐정역할은 이름조차 안나옵니다. 그다지 멋있는 것도 아니고 기벽을 지니고 있지도 않아요. 그저 머리가 잘돌아가는 회사원이지요.

내용소개만 보고 수상한 종교단체의 하이잭에 살인사건 하나 더붙은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둘중 하나만 가지고 전개하는 이야기는 식상하니까 합쳐서 꼬았구나 했었지요. 하지만 복잡한 트릭이나 기교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가 아니었어요. 그렇다고 허술한 건 아닌데 범인은 바로 눈치챌 수 있어도 어떻게 했는지는 독자가 앞질러 가지 못하게 좀 숨기더군요. 어쨌거나 그런것 보다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중요한데 범행동기나 결말은 차라리 몽환적인 요소가 강하지요.

자마미 군이 사건에 엮이는 부분은 좀 위화감이 들어도 그러려니 했지만, 마지막에 한 인물의 성격변화는 아주 마음에 안들었습니다. 그건 정말 이해할 수 없었어요. 굳이 그럴필요가 있었나 싶기도 하고요. 앞에서 보여준 캐릭터에 상반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 였거든요. 하긴, 결말을 그렇게 내려면 어떻게든 처리했어야 하는 부분이지만요.

매우 훌륭해서 절로 감탄이 나오는 그런 작품은 아니지만, 택배오자마자 책장에 처박아두고는 '또 헛돈 썼구나'하고 후회했던 걸 철회할만큼 재밌었습니다. 이거 시리즈로 써주면 좋겠어요. 자마미 군이 한밤 중에 편의점에 가다가 사건에 휘말린다든지, 자마미 아저씨가 학교행사에 학부형으로 참가했다가 사건에 휘말린다든지, 자마미 할아버지가 효도관광을 갔다가 사건에 말린다든지 하는 식으로요. 자마미는 납치범들이 즉석에서 붙인 별명이니 작가가 이름을 안주면 매번 다르게 불리긴 하겠지만, 그건 그거대로 재밌겠군요.
2009/11/21 22:33 2009/11/21 22:33

「기나긴 이별」 초라하고 멋없는 말로

Posted at 2009/11/19 22:02// Posted in 도서
「기나긴 이별」 레이먼드 챈들러 / 박현주 번역 / 북하우스 


이 시리즈를 순서대로 읽지 않고 바로 결말로 넘어왔습니다. 순서를 무시하고 시리즈를 읽는 건 드문일이지만 추리소설을 읽을 때는 흔한일이지요. 하지만 다읽고나니 역시 순서대로 읽는게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서의 말로는 지친기색이 역력하더라고요. 게다가 여자랑 자다니! 왠지 멋이 없어요. 여태봤던 것들이 물먹는하마가 들어있는 옷장같은 건조함을 지녔다면, 이건 가습기를 틀어놓은 병실 같아요. 하지만 읽는 속도는 '하이윈도' 보다 빨랐던 것 같습니다. 분량이 더 많았음에도요.

뭐, 책에 대한 감상은 그렇다치고 이 책이 '기나긴 이별'이니만큼 비교해볼 것이 있지요. 영화 '기나긴 이별'이요. 원작팬들이 화를 냈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이해했습니다. 제목과 등장인물 이름만 같지 전혀 다른 작품이더라고요. 저는 영화를 먼저 봐서 그런지 몰라도 건조한 웃음이 나는 영화의 결말이 퇴락한 눈물을 머금은 책의 결말보다 좋습니다만, 내용면에서는 확실히 원작쪽이 훨씬 낫더라고요. 보다 짜임새 있고 캐릭터가 복잡했으니까요.

영화에서는 테리 레녹스를 말로의 오랜 친구로 설정해서 책의 앞부분에 해당하는 부분을 대폭 생략했는데, 이 설정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걸 보았고 그렇겠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책을 보니 오히려 생판 남이었던 이와 몇 잔의 술을 나눈 정도의 사이면서도 그만한 위험을 무릅쓰는 게 또 납득이 가더라고요. 그 왜 있잖아요. '아침에 나를 알아주는 이를 만났으니 저녁에 죽어도 여한이 없다' 하는 식의 정서랄까요. 물론 그런 관계로 보기는 어렵지만 제가 미국인이 아니라서 그런건지 감상적인 행동에 크게 위화감을 느끼진 않았습니다.

다만, 린다 로링하고 왜 그런 관계가 된 건지 이해가 안가더라고요. 그리고 범인은 미친여자라는 것도 다른데서 써먹었으면서 또 써먹나요. 시리즈 몇 권이나 된다고. 정말이지 몇 권을 읽어도 읽기 어려운 시리즈입니다.

내용 외적인 부분에서 마음에 안들었던건 말투였습니다. 안그래도 대화순서가 헷갈리는 편인데 같은사람과 대화하면서 경어와 반말을 오가면 어쩌자는 건가요. 급격한 관계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말이 오가다가 바뀌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탈자 같은 건 신경 쓸 겨를도 없을만큼 짜증나는 부분이었습니다. 이런 건 번역의 문제라고 봐야겠지요. 되도록 원작의 분위기를 살리겠다고 그런식으로 번역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존댓말이란 게 없었을텐데 차라리 서로 반말하는 걸로 해버리는게 읽기는 좋았겠더군요.

어쨌든 이로써 '기나긴 이별'을 다봤습니다. 영화도, 책도요. 멋스러운 작품이란 면에서 둘다 좋네요.
2009/11/19 22:02 2009/11/19 22:02

「별의 계승자」 학회SF란 말이 잘어울린다

Posted at 2009/09/27 13:58// Posted in 도서
「별의 계승자」 제임스 P. 호건 / 이동진 번역 / 오멜라스 


SF서적을 이것저것 읽어 보았지만 이처럼 철저하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추적하는 작품은 보지 못했습니다.

스페이스 오페라가 아니더라도 단편이 아닌 이상 어느정도의 액션씬은 들어가 있는데 이건 오로지 학자들이 모여서 각자의 전문분야를 통해 의문에 접근하는 이야기만 하는게 신기하더군요. 더 신기한건 그렇게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탐구과정만 나오는데도 한번에 다 읽어낼만큼 재밌더라는 겁니다.

사실 이 작품에 나오는 전문용어는 과학에 대한 조예가 낮은 제게는 많이 낯선 것들이었지만, 소설이 다 그렇듯이 그런 거 몰라도 읽는데 지장은 없습니다. 요즘 나오는 SF들과 비견해서도 뒤떨어진 감각이랄 게 거의 없는 게 명작은 명작이에요. 그렇지만 확실히 오래된 티가 나는 부분이 있긴 합니다. 아무래도 인터넷 보급 이전과 이후는 너무나 다른 미래상을 제시하고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카드를 랩탑에 삽입해서 결제를 한다는 발상은 쇼핑몰에서 페이팔과 휴대폰결제가 빈발하는 요즘 보면 참 귀찮은 생각이지요. 하지만 이 작품은 미래의 생활상을 그려보는게 주된 일이 아니라서 렌트카 예약을 랩탑으로 하건 전화로 하건 신경쓰이지 않아요. 오로지 '어떻게 달에 5만년전 인류의 시체가 있을 수 있는가?'에만 집중할 수 밖에 없거든요.

유일하게 신경쓰이는 거라면 약간의 번역입니다. 대체 왜 우주선 이름이 '목성 5호'와 '새턴 2호'인건지, 통일성이 없어요. 또 다른 걸로는 숫자가 있습니다. 이건 제가 이상한지도 모르겠다 생각하지만, 제 기준에서는 책에서 읽는 방식이 이상한거라서요. 예를 들면 '마스터컴퓨터 감마 9 발하는…'이라는 문장이 있는데 여기서 '9'를 '구'라고 읽었어요.

보통 영어 뒤에 숫자가 오면 영어로 읽잖아요? 그러니까 '마스터컴퓨터 감마 9 발하는…'이 되어야 자연스럽지요. '감마'는 라틴어라는 태클은 사절입니다. 원래 영어로 된 책이니 숫자를 영어로 읽는게 이상할 건 없지요. 그보다도 한국에서는 이런 경우 10이하는 영어로 읽고 그 이상은 한국어로 읽는게 보편적인라고 생각하는데 모두 한국어로 읽는 것으로 번역했더군요.

가까운 예로 한국군대에서 'M16'을 '엠십육'으로 읽지, '엠식스틴'으로 읽는 일은 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K2'는 '케이투'로 읽지 '케이이'라고 읽지 않는데 이 책은 '케이이'라고 읽고 있는 셈입니다. 이 부분이 5만년전 감각의 표지 디자인보다 신경 쓰였어요.

그런 건 어쨌거나 대채로 만족스러웠는데 하나 좀 의아한 게 이거 시리즈로 나온 거더군요. 원래 계획했던 건지 히트를 쳐서 시리즈화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리즈로 적절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대체 어떤 이야기를 썼을지 궁금합니다. 다른 책들도 국내에 출간되었는지 찾아봐야겠습니다.
2009/09/27 13:58 2009/09/27 13:58
「일본인이 본 역사 속의 한국」 나카쓰카 아키라 / 이규수 번역 / 도서출판 소화 


한림신서 일본학총서야 늘그렇듯 소책자라서 이번에 독파할 다섯권중 첫번째로 골랐습니다.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자유주의사관 같은 거에 휘둘리지 말고 역사공부 좀 하라능! 이웃나라에도 관심 좀 가지라능!!'하는 노교수의 절절한 호소가 담겨있는 책이지요. 2002년에 일본에서 나온거라 지금의 상황과 비교하면 또 다를 수도 있겠습니다.

일본인 대상의 책을 읽으면서 한국인이 얻을 수 있는게 무엇이냐 싶기도 하지만 많은 부분을 쓸 자리가 없어 생략한 책 치고는 꽤 볼만한 게 있었습니다. 메이지 시대부터, 아니 그보다 훨씬 전부터 꾸준히 이어져온 정한론이라던지 이것이 결국 어떤 식으로 개화기 이후의 일본에 영향을 주었는가 하는 것에 대해 알아듣기 쉽게 써놓았더군요.

이걸 읽고나니 결국 혐한이란 것은 갑자기 나타난게 아니라 유구한 전통의 정한이 무능한 것들의 열등감과 국가의 필요에 의해 퍼진 악의적인 정보들과 결합해 만들어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 의도도 좋고 내용도 딱히 나쁘지 않습니다만 그냥 이런 것도 있었구나하고 참고삼아 읽어볼 책 이상의 것은 아니네요. 분량이 적고 어렵지 않은 내용이라 읽기는 편하지만 한국사람이 읽어서 어떤 감흥이나 깨우침을 얻기에는 부족한 책입니다. 초판이 늘그렇듯 오탈자 등의 문제도 여전하고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소한 거긴 한데 밑줄이 어딨음?


덧. 정한론에 대하여 위키피디아 링크를 걸긴 했지만 위키백과의 정한론은 이 책에서 설명하는 것보다 부실하다.
2009/09/25 21:27 2009/09/25 21:27

「아내가 마법을 쓴다」 기대이상의 작품

Posted at 2009/06/28 09:49// Posted in 도서
「아내가 마법을 쓴다」 프리츠 라이버 / 송경아 번역 / 웅진지식하우스 


이 책이 나온다는 글을 어딘가의 블로그에서 보고 '웅진씽크빅에서 이런 걸 내다니!'하고는, 별 생각없이 사다놓고 잊었었습니다. 사놓고 펴보지도 않는건 흔히 있는 일이지요. 그래서 여태 얼마나 대단한 작품인지를 몰랐답니다. 얼마전에 심심해서 펴봤는데 한번에 쭉 읽을 수 있는 책이더라고요. 요즘에는 단편도 아닌데 한 번에 읽어내릴 수 있는 책이 드물었거든요

이야기를 보자면 배경이 1940년대 후반이더군요.사실 지금의 미국을 보고 자유연애를 부도덕한 것 취급하는 미국을 상상하기는 꽤 어렵지만 대충 금주법이 끝난지 얼마 안되는 시기라고 생각하니 대강 이해가 갔습니다. 그런 빡빡한 집단 속에서 자유로운 기풍을 가진 사람들이 주변과 마찰을 겪지 않을리가 없지요. 주변에 적의가 가득한데 합리와 이성을 신봉하는 노먼이 탠시에게 마법을 그만두라고 한 이후의 전개가 꽤나 흥미로웠습니다.

남자들이 사회에서 경쟁하는 동안 여자들은 마법으로 목숨걸고 싸운다니! MBC드라마 '내조의 여왕'이 생각나더군요. 이 작품은 그런 코메디가 아니라 공포물에 가깝지만요.

요즘들어 상상력이 부족해진 제가 이 책을 읽는데 뜻밖에 도움을 받은 작품이 있습니다. '스켈리톤 키'요. 그 영화 보면서 욕했었는데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될지는 몰랐습니다. 마법사나 마녀에 대한 이미지가 가마솥에 요상한 것들을 넣으며 킬킬대는 할망구 수준이던 것에 마술과 주술을 쓰는 사람들과 방법에 대한 현실적인 이미지를 추가한 게 그 영화였거든요. 아마 그 영화도 이 책의 영향을 받았을지도 모르지요.

일단 읽어보니 공산주의 문제 빼고는 - 사실, 탠시가 마법을 썼다는 걸 들켰을 때. 중세의 마녀감별법을 쓸거냐는 둥, 정신병원에 넣을거냐는 둥 했을 때 공산주의에 대한 광적인 배격 풍조와 연관지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건 아닌 것 같더라고요. - 당시 사회의 지나친 경직성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오락거리로 읽어도, 당시 미국의 사회상을 엿보는 측면으로 읽어도 좋고, 남녀의 미묘한 역학관계에 대한 글로 읽어도 좋은 책이었습니다.
2009/06/28 09:49 2009/06/28 09:49
「대중의 미망과 광기」 찰스 맥케이 / 이윤섭 번역 / 창해 


작년 도서전에서 산 책을 이제야 읽었습니다. 옮긴이의 말에 나온 것 처럼 고전이라 부를만 합니다. 19세기에 처음 출간된 책에 실려있는 어리석은 사례들이 21세기에도 되풀이 되고 있다는데 잠시 폭소를.

아니, 그런데 처음에 나오는 남해 회사와 미시시피 회사 같은 사례들은 너무나도 시의 적절한 이야기더군요. 서브프라임으로 세계경제가 작살났던 것과 비슷한 일이 그렇게 오래전에 있었다는 게 놀랍고, 자기네 역사에 그런 오래된 사례가 있음에도 어리석은 짓을 되풀이한 서양을 보니 우리랑 별반 차이없다 싶네요.

마지막에 나온 유물 부분도 유의해 볼만합니다. 비록 우리와 딱 맞는 사례는 아니지만 유물의 가치는 그것을 지녔던 사람에 대한 살아있는 사람들의 존경·애정 이런 것에서 나오는 것이 맞지요. 돈이되니까 가치를 지니는 건 아니잖아요.

책에 소개된 사례들을 보다가 눈에 띄는 게 있었는데 유독 십자군전쟁에 대한 부분이 길었습니다. 아마 작가가 생각하는 가장 어리석고 광기에 사로잡혔던 사건이 바로 십자군이었던 모양입니다. 사실 19세기 사람이면 서구 이외의 세계를 깔보고, 그런 과오도 합리화하려는 경향이 있지 않았을까하는 막연한 편견이 있었는데 그렇지 않아서 오히려 의외였어요.

이렇듯 단체로 뻘짓한 역사적 사례들에 대한 모음집이란 점에서 매우 싫어하는 '죽음에 관한 잡학 사전' 같은 부류의 책이라 할 수 있겠지만, 단순히 흥미본위로 짜여진 책이 아니라 깨우침을 주고자 쓴 책이란 게 달라서 좋았습니다. 게다가 그럴듯하게 무게잡는 생김새랑 다르게 책을 펴보니 생각보다 발랄하더군요.

뭐, 번역의 힘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쨌든 가볍게 읽어나가기에도 괜찮은 책이라서 겉모습에 주눅들 필요는 없었습니다. 진작 읽어볼 걸 그랬습니다.


2009/06/24 22:35 2009/06/24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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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 조금 지루하고 조금 흥미로움

Posted at 2009/05/31 23:08// Posted in 도서
「ICO(이코)」 미야베 미유키 / 김현주 번역 / 도서출판 황매 


PS2용 이코가 명작이란 사실은 해보지 않은 사람 빼고는 무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미야베 미유키가 상당히 명망있는 작가란 것도 미야베 미유키를 모르는 사람 빼고는 다들 아는 사실이지요. 그런데 한권으로 묶여나온 소설 "이코"는 약간 읽기 어려운 작품이더군요.

원래 어딘가에 1, 2년쯤 연재한 걸 책으로 낸 거라고 봤는데 막상 책에는 서문은 아예 없고 어디에도 그런 내용이 나와있지 않으니 넘어가고, 570여 쪽에 달하는 분량을 한권의 책으로 읽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비슷한 분량이나 보물타령을 끝도 없이 늘어놓아 혼을 빼놨던 "니벨룽겐의 노래"보다야 훨씬 읽기 쉽습니다만 다소 짧았던 게임 "이코"를 생각하고 책을 잡았다간 분량에 좀 눌리는 감이 있지요.

사실 게임에서는 그리 세세한 내용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소설에 보다 제약이 적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작가가 공략집으로는 못쓸거라고 했을 만큼 다른 부분이 많았나 봅니다. 게임을 해본 게 워낙 예전 일이라 어디가 얼마나 다른지는 떠올리지 못하겠지만, 일단 게임을 따라가던 전반부가 좀 지루했던 반면 요르다의 시점에서 풀어낸 과거의 이야기가 나올 때는 꽤 재밌더군요. 게임에는 나오지 않는 부분이라 더 그랬을 겁니다.

그 과거에 대해 나올 때 약간 생각해볼 부분이 있었는데 여왕과 국민의 관계였지요. 여왕이 마신에게 제물로 바치기 위해 외부와 차단시켜놓고 사육했던 국민들은 강력한 여왕과 여왕이 만들어 놓은 결계 안에서 행복했지요.

물론 그건 기만적인 것이지만 그나마 눈이 뜨여서 외부세계를 보게된 요르다에게 무조건적인 선한 세력의 도움이 아닌 그저 여왕보다는 착하지만 욕심은 더 많은 외부의 도움이었다는 건 미묘하더군요. '미국놈 믿지말고, 소련놈에 속지말자'던 옛 구호가 떠올랐거든요.

정치적인 소설이 아니라 게임에 대한 팬픽에 가깝지만 한국사람이 책읽으면서 정치적으로 대하지 않기도 어렵지요. 결국 경제회생의 주술에 걸려 현실에 눈을 뜨지 못했던 여왕의 국민들은 비참한 최후를 맞았고, 외부세력을 믿고 어머니에게 속은 요르다는 죄책감 덩어리가 되어 이코에게 심대한 스트레스를 안겨주었으니까요.

그런 고로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위정자를 배척하고 민족자강을 이룩하자는 일종의 프로파간다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하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을 할 정도로 소설의 진행이 느립니다. 문학적인 묘사가 들어간 소설을 요즘 통 읽지를 않았더니 그렇게 느껴지더라고요.

결국 어느정도는 책읽기를 멀리했던 제 탓입니다만 여하튼 이것은 범작이라하겠습니다. 실은 졸작이었어도 별로 상관은 없었을지 모르지요. 할인행사 때 별 생각없이 지른 거라서요. 오히려 기대하지 않았던 것에 비해서는 괜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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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훌륭하지요. 이렇게 노란색을 쓰고 불안감을 주는 그림으로 유명한 화가가있었던 거 같은데 기억이 안나네요.



2009/05/31 23:08 2009/05/31 23:08
「시간을 달리는 소녀」 츠츠이 야스타카 / 김영주 번역 / 북스토리 


이 책을 원작으로한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끌고 있을 때 별관심이 없었습니다. 사실 책을 읽게 된 이유도 순전히 예스24의 할인행사 때문이었지 딱히 읽고 싶어서 산 건 아니었어요.

기대를 안하고 사서 딱히 실망한 건 아니지만 어째서 이런 이야기에 사람들이 그렇게 빠져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긴, 책에 들어있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중편 정도의 분량이고 단편 몇 개 묶어서 한 권 두께를 만들었던데 애니메이션의 분량이 책에 들어있는 내용을 뛰어넘는 걸 봐서는 각색을 많이 한 모양이긴 하더군요.

물론 책이 수준이 낮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이건 마치 오래된 SF 같아서 낡은 느낌이 든단 말입니다. 그야 작가 나이를 생각하면 실제로 오래된 SF일 가능성이 크긴 합니다만 따로 찾아보진 않았습니다.

사실 책 내용에는 별 불만이 없어요. 그것이 다소 오래되고 단조롭다고 해도 읽어서 나쁠 건 없으니까요. 불만인 건 이 책에는 그 흔한 작가서문이나 옮긴이의 글 같은 게 없다는 겁니다. 한 번 다읽고 뭔가 허전해서 다시 책을 뒤적거리고야 깨달았지만 이런 게 없는 책을 읽을 때면 마치 해적판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좋아하지 않습니다.

책이 나온 시기도 그렇고. 성의있게 SF를 출판했다기 보다는 애니가 인기있으니 잽싸게 책을 찍어낸 경우라고 보여집니다. 그러고보니 ‘영웅 김영옥’도 그렇고 이 출판사에서 책을 내는 방식이 좀 마음에 안드는군요..
 
2009/03/17 20:31 2009/03/17 20:31
「노인의 전쟁」 존 스칼지 / 이수현 번역 / (주)샘터사 


재밌어요. 요약하자면

존 페리는 할멈 먼저 보내고 적적하게 지내는 노친내였지만 군대에 가서 젊음도 얻고, 할멈도 찾았어요.
게다가 군대가 체질이었는지 무지하게 잘나갔더랍니다. 아, 행복하여라~

이렇게 참 별 것 없는 사랑타령이지만 이 별 것 없는 사랑타령을 뼈대로, 읽기 시작해서 다 읽을 때까지 책을 덮지 않을만큼 훌륭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었더군요. 꽤 수완이 좋은 작가입니다.

좋았던 점들은 역시 사랑타령이 크죠. '몇 번을 죽고 다시 태어나도 다시 만나 사랑하리'라는 식의 이야기는 무척 오랜만에 접하여서 되려 생경할 지경이었습니다. 군대에 대한 묘사도 괜찮았어요.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은 분위기지만 현실이 SF를 따라잡고 있는 시대에 미래에 대해 뻥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겁니다. 그걸 매끄럽게 처리한 것만으로도 훌륭한거지요. 무엇보다 작품 전체에 반질거리며 흐르는 유머는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게 있으면 이상하게 여겨질 세월을 함께 하였던 사람들이, 도저히 서로를 알 수 없는 존재로 마주치는 상황도 칙칙하지 않게 만들어줍니다. 이만하면 읽을거리로써 필요한 대부분의 미덕을 갖춘셈이지요.

여러모로 좋지만 아쉬운 것도 많기는 합니다. 역시 눈에 띄는 건 미형캐릭터로 도배한 인물구성과 우주에서의 전쟁 부분인데, 다른 것들에 비해 떨어지는 부분이 있는 건 아니지만 딱히 더 나을 것도 없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은하전기를 떠올릴 정도였으니까요. 어쩌면 '우주전쟁물'이란 별도의 장르가 있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노인들에 대한 묘사가 제가 알고 있는 노인들과는 좀 다르더군요. 물론 늙으면 애가 된다고들 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환희에 차서 난잡해질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이건 나이의 많고적음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위화감이겠지요.

하지만 그런 아쉬운 점들은 정말 사소한 것들에 불과할만큼 이 책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실 양장본이 아니라서 읽기에 편했다는 것도 마음에 든 이유 중 하나였어요.
2009/02/23 21:31 2009/02/23 21:31

「검푸른 해협」 이노우에 야스시 / 장홍규 번역 / 도서출판 소화



원나라의 압박으로 일본 출정하느라 고생한 고려를 다룬 역사소설이랍니다. 끝~

…은 아니고, 뭐라고 해야되나 매우 건조한 역사소설입니다. 인간관계는 깊이 얽히지 않고 상황에 대처하는 개인들에 대한 묘사가 중심이며 그에 따른 변화 정도만 나옵니다. 수 십 년에 걸친 사건들임에도 마치 한 순간에 광풍이 몰아친 것처럼 다루어서 다른 것이 끼어들 여지가 없습니다. 오로지 일본을 치려는 원나라와 어떻게든 피해를 줄이려는 고려의 이야기에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어서 읽기에는 편합니다. 술술 잘 읽혀요.

하지만 내용이 무어냐고 따져 본다면 이게 또 뭐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나라가 극단으로 몰렸을 때. 그리고 굴욕과 피해를 감내하며 대국을 받들어야 했던 고려의 상황을 패전후 일본과 동일시 하였다는 설명을 참고할 뿐입니다. 확실히 일제시대 조선과도 비슷한 장면들이 곳곳에 나오고 있더군요.

같은 고려인을 증오하는 홍다구나, 나라가 어려울 때 배신하고 잇속을 챙기는 배신자들, 그리고 원나라 관리면서도 고려의 편을 들어주는 사람 등 여러 인물들이 갈등하고 있지만 다소 밋밋해서 역사를 너무 충실히 따라간다 싶더군요. 확신을 못하는게 고려사는 학교에서 배우고 다 잊었어요;

어쨌거나 역사소설이긴 하지만 이건 시기를 타는 책입니다. 대중적이고 오래가는 사랑놀음 같은 것들이나 인물들의 생활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으니까요. 이 책이 가치를 가지는 건 책이 나온 시기가 1960년대 였기 때문일테지요. 일본사회에 반미(反美) 분위기도 좀 있고, 태평양 전쟁의 기억이 아직 남아있던 당시에는 상당한 공감을 얻었겠지만 지금에 와서는 이 책을 읽으며 대번에 그런 걸 떠올릴 만한 독자층은 꽤 얇아져 버렸을 겁니다. 그건 한국도 별 차이 없을테고요.

저 역시 작가가 의도한 것 보다는 고려사의 한 장면을 읽었다는 정도의 감상입니다. 뭐, '원종이랑 충렬왕 지못미.'하는 수준이지요. 읽는데 오래 걸리는 책도 아니고, 내용이 지루하지도 않으니 한 번 쯤 읽어볼만 합니다. 심지어 책값도 싼편이니까요.
2009/02/21 13:29 2009/02/21 13:29

「도서관 혁명」 아라카와 히로 / 민용식 번역 / 대원씨아이 



우선 감상에 앞서 15일 출간되는 책을 21일에나 서점에서 구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한탄하며 어쨌거나 재밌는 소설을 보게 된 것을 다행으로 여깁니다. '도서관 혁명'은 도서관 시리즈의 마지막 권이고, 이만하면 무리 없이 끝났다는 생각도 듭니다.


읽어보니 애니가 3권 분량에서 끊을만하더군요. 4권은 통째로 하나의 이야기라서 따로 2기를 내지 않는 이상 제작하기가 모호했겠더라고요. 그동안 양화대와 도서대 사이의 갈등을 중심으로 다루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사회문제로 확산하여 인식의 전환을 불러일으키는 스케일로 커지니, 더 찐득해져야할 연애이야기가 다소 차분해져 버렸다 싶기는 해도 그저 양산되는 다른 라노베와 달리 주제의식이 부각되는 작품으로서의 역할은 충실히 해냈으니까요.


제가 이 작품에서 좋구나 싶었던 건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글로만 가능한 표현과 사소한 곳에서 쓸데없다 싶을 만큼 치밀한 묘사랑 예전에 전민희 작가의 '세월의 돌'을 읽었을 때만큼이나 속이 뒤틀리는 닭살행각이 참 좋았지요. 그러고 보니 아라카와 히로 또한 아줌마로군요. 아무래도 아줌마들이 글 쓰는 스타일이 취향인가 봅니다.


그런 곁가지를 떠나 다시 중심축이 되는 이야기를 보면, 분명히 법이 기능 하고 있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검열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상황에 대한 그럴싸한 상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권력자의 강압에 의한 것이 아니라 다수의 무관심 덕에 소수의 부당한 이득을 위해 발의된 법안을 통과시켜버리는 퇴폐한 민주주의 사회에서 벌어질 법한 일들을 열심히 고민한 흔적이 보이지요. 그 고민이 비록 일본이란 장소에 한정되긴 하지만 미래에 대한 고민 없이 당장 내 주머니에 굴러들어오는 돈 몇 푼 때문에 삽 말고 다른 게 머리에 들어 있을까 싶은 사람이 내건 되지도 않는 사업에 찬동하는 무리가 우글거리는 나라에서는 그리 상상 속의 일 같지도 않긴 합니다.


소수의 이권과 무지한 선의와 대중의 무관심이 만들어내는 악랄한 제도의 폐해를 나타내는 것으로 이만큼 쉽게 독자에게 파고드는 작품은 여태 보지 못했을 만큼, 오락성이나 흐트러지지 않는 일관성은 뛰어납니다. 하지만, 거기까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미디어양화법은 정상인 사회라면 나올 수 없는 법이거든요. 합법적으로 출간된 저작물을 검열하겠답시고 화기를 이용한 전투와 저작자들에 대한 개인정보 수집이 보장되는 법이 민주적으로 통과 가능한 나라라니, 요즘 유행하는 말마따나 군사독재 시절에도 없던 법이지요. 아, 경찰이 범죄자를 잡겠다고 호기심에 사건을 검색한 수많은 이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나라에서는 군사독재 시절에 비슷한 법이 있었던 거 같습니다.


그래서 어떤 정치인의 말마따나 미디어양화법이란 마귀가 출몰하는 세상이 된 원인. 즉, 미디어양화법의 통과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대단히 모호하게 처리되어버립니다. 사실 작가도 도리가 없었겠지요. 말이 안 되는 법이 생기려면 역시 말이 안 되는 일이 생겨야 하는데 - 쿠데타가 일어난다든지, 계엄령이 선포된다든지. 그러고 보니 쿠데타를 일으키고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낼름하고도 29만 원으로 편안한 노후를 보내는 전직 대통령이 있는 나라도 있긴 하군요. - 그런 일이 생기면 당연히 민주주의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권력이 법 위에서 통제하는 꼴이라서 사람들이 저항하는 것도 미디어양화법이 아니라 법을 밀어붙인 정부가 되어서 반정부시위나 내전이 되어버리는데 이를 무리하게 이상한 법이 통과된 민주주의 사회로 묘사하려다 보니 법안통과에 얽힌 이야기가 밝혀질 수 없는 거죠.


도서관 시리즈가 아무리 잘 짜여진 거짓말이라도 그 핵심이 되는 미디어양화법 탄생에 대한 부분이 없기에 결국은 오락소설의 범주를 벗어나기는 어렵습니다. 책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일견 생길 수도 있을 법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런 법안이 생긴 뒷이야기를 명확히 하지 못하니 설득력이 반감될 수 밖에요. 잔뜩 변죽만 올려놓고, 왜 그런지는 나도 몰라하는 격이니까요. 하긴, 윗사람들 눈에 들려고 시너와 흥분한 철거민이 있는 옥상에 경찰특공대를 밀어 넣어서 사상자를 만드는 나라에서는 그런 빈칸 따위 독자가 얼마든지 채우며 읽을 수 있으니까 트집 잡을 건 못 되는 부분입니다.


어쨌거나 책으로 전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는 너무나 명확하고도 재미있게 와 닿았습니다. 뭐, 결국은 연애물이라는 평가에도 고개가 끄덕여지고요. 아주 마음에 드는군요.


참, 제목이 '도서관 혁명'이기는 한데 이거 도서관 시리즈 전체에 대한 감상입니다.

그래서 혁명에 대한 내용 설명 같은 건 없어요.



 

덧1: 작가 후기에 보니 양화위원회의 주장을 다루지 않았다는 독자의견을 받았다는 거 보고 일본에도 참 또라이가 많다는 생각이 들더이다.


덧2: 일본어를 모르니 번역에 대해 뭐라 하긴 그렇지만 꼭 기화(奇貨) 같은 국내에서 쓰지 않는 말 엄연히 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말이 긴하군요. 그래도 라노베 같은 가벼운 읽을거리에 쓸 필요가 있었나 싶어요. 그 외에도 군데군데 한국어로는 이상한 문장들이 눈에 밟히던데 제 취향의 번역은 아니었습니다.

2009/01/22 03:10 2009/01/22 03:10
「야쿠시지 료코의 괴기 사건부」 다나카 요시키 / 김진수 번역 / 대원씨아이 


뭐, 이런 종류가 다그렇지만 이 시리즈 또한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됩니다. 시리즈는 응당 그래야 하지요.그리고 다나카 요시키의 책이 다그렇지만 재밌으나 작가의 생각은 언제나 실망스럽지요.

주인공 야쿠시지 료코는 돈과 권력에다가 예쁘고 능력까지 있는 여자입니다. 그야말로 엘리트인데, 매번 현대 과학으로는 설명이 어려운 기괴한 사건에 휘말리고 이걸 해결하는데 수단을 가리지 않는데서, 이 시리즈의 재미를 찾을 수 있지요.

사실 상사인 료코와 부하인 이즈미다의 관계가 주요한 매우 중요한 축이겠지만, 그건 그야말로 재미로 보는 부분이고. 제가 더 중점으로 보는 건 료코가 일처리하는 방식입니다. 문제해결 과정에서 드러나는 작가의 관점이 좋지만은 않습니다. 이건 같은 작가의 '은하영웅전설'이나, '창룡전'을 보았을 때도 느꼈던 거지만 민주주의란 시스템을 보는 시각이 너무 회의적이라 불만입니다.

아니, 단순히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라기보다는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없다는 게 더 정확하겠습니다. 일전에 '도서관전쟁'을 보고 '취약하나 견제가능한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부럽다.'고 했는데 다나카 요시키의 작품은 언제나 시스템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때 결코 자체적으로 해결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깔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작품내내 비웃음 거리가 되고 있는 정치가의 비리와 어리석음은 사회풍자지만, 그에 대항하는 료코의 수단은 결코 떳떳하고 정의롭지 않지요. 상대의 비리를 파헤쳐 증거를 잡아 협박하고, 집안의 막대한 부와 회사의 힘을 사적으로 이용하는 등 정말로 수단을 가리지 않는데 바로 이런 부분이 독자에게 매력인 거지요. 그야말로 이독제독(以毒制毒)의 통쾌함과 어쨌거나 웃길만큼 우아하고 아름다운 야쿠시지 료코 덕에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곤하는 불편함은 많이 희석되는 편입니다. 그보다 이 시리즈의 진정한 단점이라면 식상하다는 거겠지요.

'창룡전'과 너무나 유사한 게 아무래도 걸려요. 주인공이 잘생겼다는 것과 요괴 같은 이상한 것들이 나온다는 거 빼면 전혀 다른 작품이 맞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 등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거든요. 즉, 발전이 없습니다. 좋게 표현하면 자기만의 형식을 완성했다고도 할 수 있지만 제눈에는 여기까지가 한계인 걸로 보입니다. 하긴, 어차피 라노베인데 무슨 발전이 더 필요한 것도 아니긴 하네요. 가볍게 읽기에는 매우 좋은 작품이니까요.
 
2009/01/18 21:46 2009/01/18 21:46
「노기자카 하루카의 비밀」 이가라시 유사쿠 / 인단비 번역 /  학산문화사 


    애니를 보고 참 오덕한 만화구나 싶었는데 원작이 라노베라기에 '야쿠시지 료코의 괴기사건부'를 사면서 같이 질렀습니다. 그야말로 가벼운 마음으로 가볍게 질러서 이런 건 줄 몰랐지요.

여지껏 라노베란 것은 NTnovel 몇 종하고 제국주의 SF 괴작 '은하전기', 아마노 요시타카의 일러스트에 홀려서 산 '뱀파이어헌터 D' 정도를 봤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eXtream Novel로 나온 건 처음 봤는데 재밌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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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 한두페이지가 아니라 책 전체에 고루 나타납니다.


4권부터는 다른 책들처럼 상식적인―꼬리가 남지 않는― 형태로 나오는데 대신 오자가 꽤 눈에 밟힙니다. 오탈자야 흔한거지만, 초판을 3,4쇄씩 찍어내면서 교정쇄를 내지 않더군요. 워낙 책 자체가 비교적 저가라서 아예 교정 같은 건 염두에 두지 않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번역도 좀 미묘한게 초(超)를 남발하는 일본애들 말버릇은 고스란히 나오면서, 비유 같은 건 이해를 돕기 위한 현지화를 해버리는데 이게 또 은근히 이질적이란 말이에요.

처음에 영덕대게가 언급되는 걸 보고, 이것이 일본에 수출되는 그 영덕대게인 건지 아니면 다른 것에 대한 현지화된 의역인건지 고민 좀 했습니다. 나중에 제주도 흑돼지니, 돌하르방이니 하는 부분이 나와서 현지화된 의역으로 파악했지만, 처음 '상남2인조'를 봤을 때 처럼 뭔가 어긋났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건 그래도 익숙해지니 신경 쓰이는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교정이나 번역보다 곤란한 건. 소설자체가 '신족가족' 수준이란 거지요. 굳이 더 따지면 그보다 약간 처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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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m 문화원에서 강의하는 귀작가와 비교하면…


재미는 있어요. 하지만 같은 흥미위주 소설이라도 다나카 요시키 같은 사회비판적이고 연륜이 넘치는 작가가 쓴 글과는 차이가 확연하죠. 사실 이쪽은 신인에 가까우니 비교대상은 아니지만 두드러지는 차이는 그런 걸 넘어서, 글을 어떤식으로 쓰겠다고 생각하는 방식자체가 다른 거 같더라고요. 일반독자를 대상으로 한다기보단 오타쿠도 멀쩡한 사람이고 사랑을 하고 산다는 이야기를 오타쿠에게 하는 소설이란 느낌을 받았어요.

그렇지만 위의 모든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삽화입니다. 일러스트를 모아보면 영락없는 판치라 만화라는 건 어쨌거나 인터넷으로 주문했으니까 샀지, 서점에서 계산대에 올려놓기 민망한 표지―다른건 괜찮아도 3권은 참;―도 있으니까요. 어릴 때는 보고싶으면 사는 거지 뭔상관이야 싶었는데 이제는 이런 강렬한 표지의 책은 사기 힘들어요.
2008/07/18 04:14 2008/07/18 04:14
「모략 - 언변논리」 차이위치우 외 / 김영수 번역 / 김기협 감수 / 들녘


    '모략'은 '정치외교', '언변논리', '군사병법'의 세 권이지만 저는 그중 언변논리 밖에 읽지 않았습니다. 이 책이 처음 국내에 나왔던 96년 당시에는 단순히 재밌을 것 같다는 이유로 봤거든요. 그 때는 어리기도 했고요.

언변논리는 고사와 현대의 사례들을 통해 말하는 법에 대해 논하고 있는데, 이게 실로 적절한 사례들을 가지고 논하니 책에 있는 이야기에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건 지금 다시 읽어도 그렇더군요. 독자가 발전이 없는 탓이겠지만 어쨌거나 그런 이유로 괜찮은 책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본문 중 '지인지자(知人智者)'편에서 '맹자'에서 발췌한 대목을 예로 드는데 이게 지금봐도 참으로 옳구나 싶은 말입니다.

    말이 어느 한쪽에 치우쳐 있다면 그 사람은 분명 어떤 사상에 의해 가려져 있는 것이고, 진실을 잃은 과장으로 자신의 주장을 합리화하려 한다면 그 사람은 어떤 사상의 지배를 받고 있는 것이다.
    억지 소리를 늘어놓거나 말을 이리저리 꾸미는 사람은 진리를 돌아보지 않는 자이다. 말이 왔다갔다 일정치 않으면 이미 대응이 궁색해졌다는 것이다.

이야, 이런 글을 수 천년 전에 쓰다니 맹자는 참 간지나는 아저씨였구나하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국옆에 붙어 있는 두 쪽난 반도에서는 아직도 비일비재한 일이라 저러한 사례를 매우 쉽게 접할 수 있지요. 저도 그렇긴 합니다. 아무래도 논리보다는 감정이 앞서는 편이라서요. 

그런데 정말로 아쉬운 것이 '상대를 아는 이가 지혜로운 자'라는 게 인터넷에서는 매우 어렵다는 게 문제입니다. 익명에 기대어 글을 쓴 경우 그가 어떤 이인지를 알 턱이 없죠. 실명이더라도 조용히 있다가 마구 반박해주고 싶은 글을 하나 써버리면, 그 사람에 맞는 대응을 하기는 어려운 법입니다. 더군다나 요즘에는 하나의 사건이나 이슈가 너무나 빠르게 번졌다가 사그러들어서 더더욱 상대에 대해 알기가 어렵지요.

이러니, 여러모로 도움되는 글을 담고 있는 책이지만 아무래도 집필된지 꽤 된터라 온라인에서 그대로 써먹기에는 좀 어렵습니다.  하지만 오프라인에서 사람과 대면할 때 참고하기에는 아직 유효한 책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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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빨간색으로 된 부분 출판사가 실천했는지 무지 궁금하네요.


2008/07/14 21:45 2008/07/14 21:45
「나는 한국에서 어른이 되었다」 컬린 토머스 / 김소정 번역 / 북스코프


요 책. 여기저기 언론에서 많이 다뤘습니다. 서평도 꽤 그럴싸했지요.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게 나쁜책은 아닙니다. 대충 읽어 그런지 몰라도 눈에 오탈자가 밟히는 것도 없었고, 번역도 잘못된 사실관계에 대해 바로잡는 주석을 넣는 등. 신경 쓴 흔적이 보이는 책이지요. 뭐, 표지는 좀 아닙니다만 아무튼 거기다가 분명 인생에 도움이 되는 소리를 하고 있는 것도 맞습니다. 서양인들에게는.

하지만 한국인이라면, 이 이야기에 감명을 받을 구석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양키가 젊은시절에 멍청한 짓을 해서는 삶에 교훈을 얻었다는 기록정도로 읽으면 그만입니다. 적어도 군대를 다녀온 한국남자라면 여기의 이야기는 이미 깨달은 내용이거나, '그 X같은 시스템이 니는 좋냐!!'라고 분노해도 될 그런 이야기이니까요.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건 외국인 강사의 자질이 평균을 따져볼작시면 얼마나 형편없는지와 20대 초중반의 서양인들이 일반적으로 상상을 초월할만큼 개념이 없다는 겁니다. 그냥 개념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눈치도 없고 딱히 눈치를 볼 생각도 없기 때문에 교도소에 한 번 담궜다 빼낸 건 정말 훌륭한 개념탑재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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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큐다. 당신이 아니었으면 신문의 서평은 믿을게 못된다는 진리를 망각할 뻔 했다.

2008/07/13 02:10 2008/07/13 02:10
「얼터너티브 드림」 복거일 외 9인 / 황금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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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SF 대표 작가 10인의 단편 10선이라고 해서 촌철살인의 극을 달리는 작품들만 모아놨나 했는데, 다읽고 나니까 그리 감흥이 없네요. 표지에 실린 작가의 이름들을 보고 품었던 기대에는 못미쳤습니다.

듀나의 '대리전'은 처음에 제목만보고 무슨 양반전, 배비장전 같은 것의 패러디로 붙인 이름인가 했는데 내용이 말그대로 대리전(代理戰)이였더군요. 그런 거야 어쨌거나 평소의 듀나체 그대로라는 게 싫었습니다. 번역된 코니 윌리스의 문체마냥 수다스러우며 라이트노블마냥 갖다붙이는 비유는 읽기가 꽤 피곤하더군요.

오경문의 '오래된 이야기'는 한번쯤 써먹는 창세기 울궈먹기였고, 이영도의 '카이와 판돔의 번역에 관하여'는 꽤 괜찮았는데 주제가 너무나 강렬히 드러나는 너무나 이영도스러운 글이었습니다. 김보영의 '땅 밑에'는 역발상이 특이했고, 김덕성의 '얼터너티브 드림'은 해괴하더군요. 단편이긴한데 이거 하나로 완결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찝찝한 글이었거든요. 이한범의 '사관과 늑대'도 찝찝하기는 매한가지라, 둘 다 장편이 따로 나오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고장원의 '로도스의 첩자'는 재밌었지만 반전이 반전 같지가 않더라고요. 복거일의 '꿈꾸는 지놈의 노래'는…유일하게 차분한 분위기라 돋보이기는 한데 재미는 없더군요. '그래서 뭐, 어쩌라고?'하는 느낌. 노성래의 '향기'는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사람같지 않은 사람의 사람 같은 면모를 잘 보여주더군요.

신윤수의 '필멸의 변'은 매우 안좋은 편이었습니다. 초반에 잔뜩 벌려놓고는 뒤는 흐지부지 되는 매우 한국적인 양상이라 실망감도 제일 컸어요. 뭡니까 대체. 파파는 할 일이 있다고 그 난리를 쳐놓고는 결국 도망이나 가고 말이죠. 파파의 뜻을 따르느라 죽은 사람이 몇인데, 자신의 죽음을 미루면서까지 할 일이란게 고작 애들데리고 딴데가서 사는 거라는 게 납득이 가겠냐고요. 그보다 더 황당한 건 자기 정체를 알고 급격히 무너져 가는 하진석인데,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그 녀석은 자아존중감 같은 것도 없데요? 어떻게 그런 상황을 그렇게 쉽게 순순히 받아들인답니까!

책의 1서문만 보면 어렵게 작품들을 모아서 웹진으로 내고, 이런 게 쌓여서 한국SF가 발전하고, 한국적 SF의 토대가 마련되는 거라고 생각할 순 있지만, 책으로 출판해서 뿌릴 생각이었다면 적어도 가필이나 수정 정도는 작가들에게 부탁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렇게 한 게 이 수준이라면 할 말이 없고요. 아무튼 작품마다 편차가 상당하기는 해도 훌륭하다 싶은 것도 두세편 정도는 들어있으니, 첫 모음집으로는 나쁘지 않은 셈이려나요.
  1. 서문을 보고 구매할 의향이 생겼다면 말리고 싶습니다. 상당히 그럴싸하게 포장해놨는데 집필 의도가 실제로 그러했는지는 몰라도, 그걸 제대로 전달할 수준이 아니다 싶은 것도 같이 묶어 의미부여했더라고요. [Back]
2008/06/27 23:10 2008/06/27 23:10

「생활예절」 지금보면 골 때리는 거 많다.

Posted at 2008/05/16 01:27// Posted in 도서
「생활예절」 문상주 / 고려출판사


    집에 굴러다닌 지는 오래된 책인데 감상을 쓸만한 책이 아니고 교양서라 할 수 있습니다. 보다 보면 잘 모르던 예의범절에 대한 내용이 있는가 하면 이딴 게 예의랑 뭔 상관인가 싶은 부분도 있는데, 상당히 시시콜콜한 것까지 예의로 분류해서 정리했더군요. 직장예절 중에서 맘에 드는 것 몇 가지.

  • 사무실에 상급자가 들어오면 사무실 내의 최상급자만 일어난다. 만일 사무실 내의 상급자보다 하급자가 들어오면 아무도 일어나지 않는다. (나갈 때도 같다.)
    군대에서의 예절과 같은 데 직장 다녀보니 대게는 누가 오면 모두 다 일어나는 분위기라 좀 그랬어요.
  • 자기의 업무처리 관계로 다른 사람이 방해받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한다.
    지당한 말씀. 하지만 저도 거의 다른 분들 도움을 받았던 터라;;
  • 근무장소는 공용장소이므로 남과 전체를 염두에 두고 호혜의 원칙을 지켜야한다.
    그러니까 사무실에서 담배 피우는 거 하지 말라는.

이런 것들이 있는가 하면, 늦어도 출근시간 15분 전까지는 출근하여 준비를 마친다거나, 근무시간 전에 상급자가 먼저 나와있으면 늦어서 죄송하다고 사과인사를 한다거나, 보행 중 상급자와 조우하였을 때 남자는 왼쪽 앞, 여자는 오른쪽 앞으로 방향 정해놓고 비켜선다거나 하는 지금 기준으로는 택도 없는 것과 당시 기준으로도 신경 쓰는 사람 없던 예절 같은 것들도 많이 들어 있습니다.

그 외에도 정말 의외의 것도 있더군요. 양식의 정식 만찬에서는 잼을 찾지 않는다든지(Why?), 아스파라거스는 줄기를 포크로 자른 후 손으로 먹는다든지(기껏 포크 써놓고 왜 손으로;), 일식을 먹을 때는 밥과 요리를 번갈아 한입씩 먹는다든지(밥 한번, 반찬 두번 먹으면 결례??)하는 것들까지 적혀 있습니다.

글쎄요. 당시의 시대 분위기(초판은 94년, 재판은 95년에 출간.)를 읽는다는 심정으로 보면 모를까, 나이 지긋하신 분들 상대할 때 말고는 지금의 예의로 참고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책입니다. 맨 앞에 나오는 가족 간 호칭 정리 정도는 쓸만하겠더군요.
2008/05/16 01:27 2008/05/16 01:27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 오주석 / 솔 출판사


    제가 원체 예술에 대한 조예가 천박하기 이를 데 없는 사람이라, 좋은 그림이나 조각을 보아도 별 감상이 안 생겨요. 이른바 팝아트 같은 건 더러 보기에 좋아서 맘에 드는 때도 있지만… 하여튼 제대로 감상할 만한 안목이 없습니다. 실은, 이 책을 그런 부분을 보완하고자 읽은 게 아니고, 그냥 행사가로 싸게 팔기에 덜컥 사서 읽은 겁니다만 의외로 술술 읽히는 게 괜찮더군요. 애초에 강의록에 사진을 첨부한 것이니 딱히 어려울 게 없는 책입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인데도, 서양화와 동양화는 시선이 옮겨가는 방향부터 다르다는 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큐레이터들이 그런 걸 고려해서 전시물을 배치한 다는 것도요. 게다가 갈대와 게처럼 보고는 그냥 해괴한 조합이구나 싶었던 것이 담고 있는 의미를 알고보니 그림 한 장에 참으로 깊은 뜻을 담았구나 싶더군요. 이래서 한자를 공부해야 하나 봅니다. 알아서 좋은 건 있어도 몰라서 좋은 건 없어요. 이런 이야기들을 직접 강의로 듣지 못한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오주석 선생은 이미 고인이 되었으니 소식이 늦어도 한참 늦었어요.

    뭐, 보다보면 우리 것을 연구한 분들이 종종 보이는 우리 것이 세계제일이라는 태도가 배어나오긴 하지만 심하지 않은 수준입니다. 예전에 우리 것이 최고라며 무조건 외국 것을 깎아내리던 분에 비하면, 매우 수긍이 가는 부분들에 대해 말하고 있거든요. 편협한 자국제일주의가 아니라 평가받지 못하고 홀대받는 우리 것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수준이니 흠이랄 것도 없지요.

    확실히 서구의 문화예술을 추종하면서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은 적은 게 사실입니다. 책의 말미에 언급한 "예술에 국경이 없는 게 아니라 예술의 국경이야말로 지구상에서 가장 높습니다."라는 말이 뜻하는 것처럼, 외국인이 보지 못하는 작품에 배어있는 문화적인 측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품이 만들어진 곳에서 살아온 사람이 보는 법을 익혀서 찬찬히 보는 게 좋겠지요.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기 전에 한 번 읽어 보기에 좋은 책인 듯싶습니다.
 
2008/04/20 15:32 2008/04/20 15:32
「룬의 아이들 윈터러」 전민희 / 제우미디어


사용자 삽입 이미지

네 권이 하나의 스테인드 글라스

어지간해서는 도서 감상에 사진을 안 넣지만 윈터러 애장판은 표지부터가 애장판다워 넣었습니다. 멋진 양장본이에요. 그렇게 겉모습에 만족하고 책을 펼치니 이건 더 놀랍더군요. 글자크기 장난 아닙니다. 덕택에 책장도 빨리 넘어가고 잘 읽히기는 하는데, 룬의 아이들의 독자가 벌써 노안을 걱정할 나이대는 아니건만, 심히 배려를 해줬더군요. 예전 같았으면 이따위 얕은 수작으로 페이지를 늘리고 가격 올려받고 앉았느냐며 성질을 냈겠지만 이제는 그러려니 합니다. 애장판인데 뭐 어떻습니까.

이런 외적인 부분 외에 마지막 권에 서비스로 단편이 하나 들어 있는데, 예프넨과 보리스의 어린 시절 이야기로 별로 흥미롭진 않습니다. 무엇보다 일반종이인 본편 뒤가 아니라 작가 후기가 있는 제일 뒤에 무늬 있는 종이에 인쇄되어서 읽기에도 좀 그렇고요.

애장판이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하고 내용으로 넘어가면 이미 널리 읽힌 판타지라 따로 언급할 건 없지만 데모닉을 읽고 난 후에 다시 보니 보리스는 정말 작가의 애정을 듬뿍 받은 녀석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데모닉의 조슈아가 비교적 자신의 문제에 함몰된 캐릭터인 것에 반해, 보리스는 시리즈의 처음에 나오는 주인공이라 세계관을 설명하는 임무까지 있어서 그런지 공화주의와 왕정이라는 정치철학을 논하기도 하고, 정치문제로 직접 피해를 입은 당사자인데다가, 가나폴리의 잊혀진 역사에 깊이 개입하는 등. 너무나 천재적이라 데모닉이라 불리는 조슈아보다 이야기 진행에 도움되는 재주를 많이도 익혔더라고요.

이렇게 둘을 비교하고 보니 3부의 주인공은 여자아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만약 제가 생각한 그 인물을 주인공으로 쓴다면 작가가 윈터러와 데모닉의 이야기에 어떻게 엮어 넣을지가 기대되는군요.
2008/03/22 23:45 2008/03/22 23:45

「쪽발이」 모자란 한 조각을 찾았다.

Posted at 2007/11/03 11:08// Posted in 도서
「쪽발이」 고바야시 마사루 / 이원희 번역 / 도서출판 소화


 그동안 이책저책 읽으면서 2차 대전 당시 일본에 있었던 일본인의 글도 보았고 전후 일본인의 글도 보았고, 우리입장에서 본 일본에 대한 글은 무수히 보았지만 미처 보지 못했던 한 조각. 식민지 조선에 살았던 일본인이 쓴 글을 이제서야 봅니다.

책은 '쪽발이', '가교', '이름없는 기수들', '눈없는 머리'의 세 개의 단편과 하나의 중편으로 구성되어있고, 각각의 이야기의 주인공은 모두 조선에 살았던 일본인입니다. 작가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인물들인 거지요. 이들은 서로 다르지만 일관된 모습을 보이는 게 재밌습니다.

특별히 악당도 아니지만 조선인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고, 한편으로는 열등한 취급을 받는 조선인에 대한 연민이 있으면서도 두려워합니다. 그중에서도 이 두려워한다는 것이 꽤 눈에 띄는데, 무지막지한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조선인과 어울려 놀기도하고, 조선인 학생을 가르치기도 하고, 조선인 가정부를 부리기도 하지만 결국 조선인들 사이에서 일본인이라는 이질감에 의한 두려움이 드러납니다.

미리니름이라…


모호하게 써서 일본사람들이 '우리도 피해자다.' 운운하는 책으로 오해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덧붙이자면, 일본에 남아있던 사람들은 모를 응어리가 있지만 이를 극복하고 국가와 국가의 관계, 대등한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이루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는 소설이며 , 공산주의자였던 작가의 낭만-투쟁과 수감도 낭만이라면-이 서려있어 여러모로 읽어볼만합니다.
2007/11/03 11:08 2007/11/03 11:08
「풀 메탈 패닉!」 가토우 쇼우지 , 시키도우지 그림 / 민유선 번역 / 대원씨아이


기다린 보람이 있었달까요. 여지껏 나온 시리즈 중 가장 두껍다는 19권. 낚시질로 시작해서 화끈한 액션을 보여주니 좋더군요. 보고있자니 ARX-8은 과연 황당할 정도의 기체더라고요. 말도 안 되는 힘과 어이없는 장비로요. 만들고보니 심하게 먼치킨이라 일부러 그런 약점을 넣은 것 같긴한데 그래서 더 어이없기도 합니다. 그래도 앞으로 더 호쾌한 연출을 할 거라 생각하니 기대가 됩니다. 

궤멸되다시피한 미스릴이 의외로 똘똘 뭉치는 건 말이 안 되는 부분이면서 말이 되는 부분이지요. 보는 관점에 따른 거지만. 아무튼 그래서 초반 작가의 텟사를 미끼로한 낚시질에 깜빡 넘어갔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앞에서 그렇게 끝냈는데 이런 반전은 이상한 거였는데도 그 부분을 읽는 동안에는 깨닫지 못했네요. 그나저나 칼리닌은 더 알 수 없는 캐릭터가 되었어요. 레너드까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같고 과연 진다이 고등학교 졸업 때 까지 끝낼 수 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그런데 치도리 카나메는 좀…이것 때문에 그 긴 분량에도 불구하고 아무 진전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것 같기도 합니다. 소스케는 나날이 크는데 카나메만 어린애 같아요. 하긴 작가 후기에도 나오지만 일본에서는 1권이 나올 때 초등학생이던 독자가 사회인이 되어있을 수도 있을만큼의 세월이 지났지만, 책에서 진행된 분량은 겨우 1년이 좀 넘는군요.
2007/09/11 21:37 2007/09/11 21:37
「개는 말할 것도 없고」 코니 윌리스 / 최용준 번역 / 열린책들


이 책이 집에 굴러다닌지는 몇 년 되었는데 여태 읽지를 않고 있었어요. 며칠전에야 오랜만에 독서나 할까 싶어서 집어들었는데 이거 상당히 재밌더라고요. 이런 개그와 소란스런 분위기를 구사하는 작품은 오랜만에 접하는 터라 더더욱 맘에 들더군요.

줄거리는 시간여행이 가능해진 가까운 미래. 2차 대전 당시 폭격으로 사라진 코번트리 성당을 복원하겠다는 일념으로 불도저 같이 밀어붙이는 슈라프넬 여사의 닦달에 시달리는 역사학자들의 꿈과 사랑이 넘치는 시간여행. 그리고 시간여행의 와중에 발생하는 인과모순을 바로잡기 위해 범인은 언제나 집사라는 걸 알려주려는 시공간 연속체의 의지가 뒤섞여 벌어지는 한바탕의 소동입니다.

주된 배경이 빅토리아 시대라서 그런지 그 시대의 분위기나 자잘한 일상에 대한 묘사가 많이 나오는 편인데 다른 소설들에 나오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주더군요. 따분하고 해괴망측하게 고루한, 하지만 나름의 낭만이 있는 시대. 기회가 되면-그러니까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지갑에까지 스며들면- 이 책이 나온 동기가 된 「보트를 탄 세 남자, 개는 말할 것도 없고」를 읽어보면 좋겠더군요.

그리고 읽다가 좀 독특하면서도 흔한 걸 발견했는데 책에 이야기 이외의 것이 없더라는 겁니다. 장편으로 분량이 상당함에도 시간여행의 일상화로 인한 폐해라던지 미래세계에 빗대어 현재의 사회문제를 비판한다던지 하는 게 없어요. 심지어 그 흔한 존재에 대한 의문도요. 그러니까 마치 라이트 노블 같더라는 겁니다. 유일한 교훈이라면 '신은 사소한 것도 보고 계신다.'가 되겠군요. 전에 이 작가의 단편인 「사랑하는 내 딸들이여」를 봤을 때 받았던 충격에 비춰볼 때 좀 의외였습니다.

하긴 책에 대한 오마쥬로서 쓴 책에 그 단편에서처럼 역겹고도 징그러운 부정(父情)-이라기보단 약자에 대한 폭력과 기만으로 가득한 성적집착 같은 걸 다루는 것도 적절치 않겠지요. 주 무대가 빅토리아 시대인걸요. 신사숙녀의 이야기에 그런 것을 넣을 수야 없는 노릇이지요. 그런 건 20세기나 되어야 어울리니까요.

책의 분량에 비해서 내용의 무게가 좀 균형이 깨지는 책입니다. 하긴 마이클 크라이튼의 「타임라인」을 읽을 때도 그러했지요. 뭐, 그쪽은 시공간 연속체의 의지 보다는 평행우주에 가깝지만 날카로운 사회비판 같은 건 없었다는 점은 비슷하니까요. 어쨌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2007/08/16 13:05 2007/08/16 13:05

「영웅 김영옥」 한우성 / 북스토리

현충일 기념 독서였다고나 할까요. 몇 해전에 한국인 최초로 레종도뇌르 훈장을 받아서 국내에 알려진 김영옥 씨에 대한 책입니다. 2차 대전과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많은 전공을 세워 미군에서 소수계 이민자들의 위상을 높인 분이라는군요.

거두절미하고 감상만 쓰자면 책에 대한 평가는 빵점입니다.
책 제목부터가 양키센스라 맘에 안든다던가, 김영옥 씨에 대해 재미일본사회가 인정하는 것을 보고, 과연 우리에게 그런 일본인이 있었어도 그렇게 수십년간 업적과 리더쉽을 인정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는 아니꼬운 소리를 내뱉는 저자의 태도가 맘에 안 든다던가 하는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를 떠나서, 책 자체의 질이 떨어지는 건 꽤 참기 힘듭니다.

김영옥 씨에게 초점을 맞추고 진행하는 건 좋지만 주변인물들과 무슨 일이 있었으면 그래서 어떻게되었다 까지 나와야지 바로 김영옥 씨의 다음 업적으로 넘어가 버리면 어쩌자는 겁니까. 게다가 뜬금없이 인물이 등장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식이죠.

멀찌감치 세워진 영옥의 지프에 타고있던 영옥의 운전병과 전쟁고아 최 소년도 숨을 죽이고 영옥을 지켜봤다.

위의 문장만 보면 이상할 게 없지만 최 소년은 앞에 일언반구도 언급된적이 없습니다. 그나마 최 소년은 뒤에 추가 설명이라도 있지 그런 것도 없는 경우도 있으니 읽다보면 난감합니다.

또, 문장의 연결과 호응이 어색한 곳이 눈에 자꾸 밟히는 거야 저자가 한국어로 글쓰는데 익숙치 않아서-그럴리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 쳐도 무슨 오탈자가 그리 많은지, 애초에 출판사는 원고를 넘겨받고 오탈자가 있는지 훑어보지도 않았나봅니다. 원래 초판으로 나오는 책들이 그런 건 어느정도 감안을 하고 보지만 이정도로 심한 경우는 정말 오랜만입니다.

이 책이 나온게 2005년인데 책 뒤에 보면 2005년에 다른 매체에서 김영옥 씨에 다룬 기사나 방송에 대한 시청자와 독자들의 소감이 실려있습니다. 예, 딱 그런 책입니다. 시류에 편승해서 팔아먹는 책. 이 책에 대한 평가가 거의 매도에 가깝다고 할 수도 있지만 솔직한 소감입니다.

책에 대한 평가를 박하게 하기는 했지만 김영옥 씨의 삶은 배울만한 것이니 재미로라도 한 번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겁니다.
2007/06/07 05:53 2007/06/07 05:53
「풀 메탈 패닉!」 가토우 쇼우지 , 시키도우지 그림 / 민유선 번역 / 대원씨아이


18권이 외전이 될 거라는 예상은 했었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칼리닌과 마듀커스를 통한 설명이더군요. 좀 밋밋하긴 하지만 소스케란가 어쩌다 저런 녀석이 되었는지는 알겠네요. 반면 위스퍼드란 거 말고는 비밀이 없을 거 같은 텟사가 미스릴에 합류한 과정이 명확하게 나오지 않는군요. 그저 속죄의 전쟁이 어쩌구 하는 정도로는 별로 재미가 없는데 말이지요.

아무튼 지금이야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인 사람들이  전에는 어떤 관계에 있었는지 알 수 있다는 게 참 좋았습니다. 다만, 15권에 나왔던 그 호랑이가 약간 충격이군요. 나름 진지하게 그 정체를 고민해서 '그래, 이건 순수문학의 차원에서 접근해서 봐야하는 거다. 마오가 본 백호는 환상으로 이런 장치를 넣은 것은 분명 마오의 터프하면서 앙칼진 성격과  연관시킨  것이고  언제까지나 싸우겠다는 의지의 투영이다.'라고 결론내리고 만족하고 있었는데 사실은 코메디의 산물이었다니! 실망이 큽니다.

어쨌건 다음 권도 외전이 나오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것도 개그가 난무하는 걸로. 꽤 오래전에 뉴타입에서 본 풀 메탈 패닉 단편을 아직 단행본에서 못봤는데 이제 슬슬 단행본에 포함될 때가 된 것 같거든요.
2007/02/17 02:58 2007/02/17 02:58
「한국인은 한국인이다」 구로다 가쓰히로 / 신동백 번역 / 정음사


1986년에 나온 책이니 출판되고 시간이 꽤 흘렀지요. 전 이 책을 손에 집히는 대로 읽던 십대 초중반에 처음 읽었습니다. 여태까지 여섯 번 이상은 읽은 것 같군요. 그때의 우리집은 친척들이 왕래하며 놓고간 책들이 쌓여서 수량은 적어도 종류면에서 가히 책의 던전이라 할 수 있었는데 좋은 시절은 끝났어요. 흠흠, 잡설은 제하고 본론으로.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당시 한국의 사회문화를 일본과 비교하면서 그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쓴 비교문화론으로 분류되기도 하는 그런 책입니다. 지금이야 친한 척하다 뒤통수 치는 일본인의 전형처럼 알려진 구로다 가쓰히로지만 책을 읽어보면 스스로 책에서 밝힌 것 처럼 지한파에 속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 읽는 재미가 있어서 심심풀이로 읽어도 괜찮고요.

일본 국회의원과 한국 국회의원이 골프를 쳤는데 융통성 있게 노는 한국 의원들을 보고 일본 특파원들이 놀라워 했다는 이야기 같은 것들이나 60년대 일본 홍등가에서 쓰이던 은어와 한글의 의미가 통하는데 흥미가 생겨 한국어를 배우게 되었다거나 하는 이야기들이 줄줄 나오는데 일본 사람들의 특징인지 몰라도 좋게 보면 익살이지만 안 좋은 방향으로 보면 비웃는 건가 싶은 문체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호스티스들의 이야기를 많이 인용하는 편인데 분명 그 시절에 여대생 보다야 호스티스가 많았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지닌 대표성이 여대생 보다 대중적인 것도 아니었을 텐데 그걸 대중적인 서민의 의견으로 판단했다는 거 부터가 좀 웃깁니다.

뭐, 한국생활의 상당부분이 접대였던 것 같고 한국에도 논다는 개념이 술집가서 여자끼고 돈 뿌리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같은 접대문화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생각하는 서민의 개념은 거기까지였나 보다 하렵니다. 시장에서 장사하는 평범한 아줌마처럼 일반적인 개념의 서민도 들먹이고 있으니까요.

이 책이 정말 재밌는 이유는 의외로 책에 묘사되는 한국인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이 차이가 니지 않는다는 거군요. 하긴 아직도 이 책의 저자랑 같이 술마시며 놀던 세대가 윗자리에 많이 남아있으니 변해봐야 얼마나 변했겠어요.
2007/02/09 16:39 2007/02/0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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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족가족」 8권이 끝이라며!

Posted at 2007/02/03 00:25// Posted in 도서
「신족가족」 쿠와시마 요시카즈 , 야스다 스즈히토 그림 / 박계현 번역 / 대원씨아이  


마지막 권인데 마지막이 아니었군요. 진짜 끝은 7권이었고 8권은 뒷이야기 정도의 물건이네요. 마지막까지 작가의 글쓰는 모양새는 맘에 안 들지만 앞에 튀어나오는 의미없어 보이는 일들이 뒤에 나오는 일과 맞물리며 의미를 가지게 하는 수법은 여전하군요. 쓸데없이 정신나간 개그만 좀 줄여도 꽤 그럴듯 한데 이것도 작가의 매력라면 매력이니 넘어가야겠지요.

이번에는 처음에 사마타로의 친구 신이치가 주인공으로 나와서 사마타로는 언제 나오나 하고 봤지만 이미 저 하늘에 별인지 신인지가 되어버린 사마타로가 등장하는 부분은 없더군요. 그저 과거의 존재일 뿐이로군요. 쯧쯧, 가즈나이트는 누구로 시작하던 항상 붉은 장발에 보라색 검을 가진 녀석이 나와야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 하였는데 이젠 그것도 추억…잡설은 제하고 둘이 어떻게 친구가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둘이 꽤 오래된 친구였군요.

그나저나 텐코의 증기를 처음 뿜어올린 계기는 앞 권에서 나왔던 것과 8권에서 나온게 서로 엇갈리는 것 같은데 찾아보기 귀찮으니 이것도 넘어가고 작가후기에 "신족가족Z"가 나올거란 소리를 작가가 했는데 농담 같아서 진짜 나올지 궁금하군요.

아무튼 완결되었으니 살 책이 한 가지 줄었습니다. 다음에는 어떤 걸 사 볼까나…….
2007/02/03 00:25 2007/02/03 00:25

「미쳐야 미친다」 오호라 멋지구나.

Posted at 2007/02/02 18:36// Posted in 도서
「미쳐야 미친다 : 조선 지식인의 내면 읽기」  정민 / 푸른역사


책은 3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미쳐서 미친 경우는 1부에서 다루고 2부는 사람 사이의 인연에 대한 글이며, 3부는 깨달음에 대한 글들입니다. 같은 책을 10만 번을 읽고도 도무지 외우질 못했다는 김득신 같은 이들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게 뭔가에 미쳐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 아니라 그네들의 인품이나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와 업적에 대한 것 들이 책을 이루고 있어 제목과는 좀 동떨어진 감이 있습니다.

그렇다 하여도 꽤 재밌는 책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중국의 무협이나 일본의 사무라이, 닌자 이야기 같은 것들은 거의 남아있지 않지만  대신 선비들이 엉뚱한 짓을 하고 논 이야기는 많이 있구나 싶더라고요. 뭐, 화려한 멋이 없으니 영상물로 만들기에는 난감하지만요. 사람은 똘똘한데 문장이 하도 기발해서 과거시험 답안을 본 정조가 화를 내며 멀리 군역을 보내버렸다는 일이나 친구들과 주고 받은 그럴싸한 문장들이 돈 빌려달란 소리였다거나  한밤 중에 수표교에서 음악을 연주하고 술을 마시며 논 이야기들을 보고 있노라면 웃음이 절로 비어져 나옵니다. 이런 웃음을 주는 이야기들도 좋지만 옛사람들은 어쩜그리도 지극한지 나이가 환갑을 넘은 제자가 스승이 죽고 십 수년이 지나서도 꿈에 스승을 만나 기뻐하다가 죽은 것을 깨닫고 울었다는 이야기를 보면 감탄하는 마음이 솟아납니다.

전 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 꿈에 나오면 일단 도망부터 갈 것 같은데-지은 죄가 많아서;- 저리 그리워하니 말입니다.
이미 좋은 평가를 받는 책이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할 만 합니다.


2007/02/02 18:36 2007/02/02 18:36

「죽음에 관한 잡학 사전」 화장실 용 책.

Posted at 2006/12/19 15:56// Posted in 도서
「죽음에 관한 잡학 사전」 카트야 두벡 / 이군호 번역 / 을유문화사


이 책 재밌을 것 같아서 샀는데 돈 아까워요. 책이 좀 저질이라서요. 죽음에 대한 사례를 죽 늘어놓았는데 사족이 많이 붙어있어요.

유럽의 사례가 많은 거야 저자가 독일인이라 그렇다 쳐도 중세의 고문 같은 것들은 덤덤하게 써놓고 이슬람 문화권의 잔인한 형벌은 이교도 운운하는 식으로 쓰는 거나 유명한 사람이 죽었는데 마누라는 보험금 타서 잘 먹고 잘 살았다 식의 이야기를 뒤에 붙이는 것이 죽음의 사례를 정리하는 것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어요.

완전히 사전처럼 깔끔하게 사례정리만 하든지, 아니면 좀 더 세세하게 사례마다 평가를 내리든지 했으면 더 좋았을 거라 봐요.

평소에 을유문화사의 책들이 수준있는 인문학 서적들이 많아 좋게 봤었는데 많이 실망스럽더군요. 이 책의 책값-현재 정가 1만 8천원-을 생각해볼 때, 결코 구매해서 읽을만한 책은 못 된다고 봅니다. 공중화장실에 심심풀이 용으로 하나 비치하는 거면 모를까요.
2006/12/19 15:56 2006/12/19 1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