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인이 된 냉장고
94년부터 성실하게 봉사해왔던 냉장고가 두 번째로 고장 났을 때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살 때는 꽤 좋은 거라고 샀지만 한번 고장 나서 교체하고 몇 달 되지도 않아 또 고장이 나서 부품을 교체하느니 싼 걸로 하나 사는 게 나을 지경이라 정들었던 냉장고를 떠나 보내고 새로이 좀 작은 친구를 맞이했는데 못 먹는 것, 상한 것, 안 먹는 것, 정체불명인 것을 내다버리니 작은 친구도 반도 못 채우겠더군요.
새로 사서 그런지 소리도 비교적 조용하고 나쁘지는 않은 데 어째서
구관이 명관따위의 소리를 하고 있느냐면, 이 녀석. 시계가 없어요. 고급형 냉장고에 텔레비젼 붙이고 인터넷이 되게 하고 하는 거 보면서 저게 무슨 돈지랄인가 생각했습니다만 제가 생각이 짧았던 거였습니다. 냉장고 성능과 아무 상관 없는 시계가 사라진 것 만으로도 이렇게 불편하다보니 저런 기능들을 만들어 두면 쓰는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유용할지 상상이 되더군요. 한번 저런 거 쓰던 사람들은 안 되는 제품 쓰기 싫을 겁니다.
그리고 하나 더. 이건 기본적인 건데 냉동실에 전구가 없습니다. 아예 불이 안 들어오는 겁니다. 이건 기본적인 거라 생각했는데 없으니까 당황스러워요. 생각해보세요. 냉동실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 다니, 한밤중에 아이스크림을 먹으려다 무슨 수상한 걸 먹게 될지 모르는 위험한 처지에 놓이는 겁니다. 이 두 가지 기능이 너무나 아쉬워 옛 냉장고가 그립습니다. 그냥 또 고쳐서 쓸 걸 그랬나…….
쓰고싶을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