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이 본 역사 속의 한국」 나카쓰카 아키라 / 이규수 번역 / 도서출판 소화 


한림신서 일본학총서야 늘그렇듯 소책자라서 이번에 독파할 다섯권중 첫번째로 골랐습니다.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자유주의사관 같은 거에 휘둘리지 말고 역사공부 좀 하라능! 이웃나라에도 관심 좀 가지라능!!'하는 노교수의 절절한 호소가 담겨있는 책이지요. 2002년에 일본에서 나온거라 지금의 상황과 비교하면 또 다를 수도 있겠습니다.

일본인 대상의 책을 읽으면서 한국인이 얻을 수 있는게 무엇이냐 싶기도 하지만 많은 부분을 쓸 자리가 없어 생략한 책 치고는 꽤 볼만한 게 있었습니다. 메이지 시대부터, 아니 그보다 훨씬 전부터 꾸준히 이어져온 정한론이라던지 이것이 결국 어떤 식으로 개화기 이후의 일본에 영향을 주었는가 하는 것에 대해 알아듣기 쉽게 써놓았더군요.

이걸 읽고나니 결국 혐한이란 것은 갑자기 나타난게 아니라 유구한 전통의 정한이 무능한 것들의 열등감과 국가의 필요에 의해 퍼진 악의적인 정보들과 결합해 만들어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 의도도 좋고 내용도 딱히 나쁘지 않습니다만 그냥 이런 것도 있었구나하고 참고삼아 읽어볼 책 이상의 것은 아니네요. 분량이 적고 어렵지 않은 내용이라 읽기는 편하지만 한국사람이 읽어서 어떤 감흥이나 깨우침을 얻기에는 부족한 책입니다. 초판이 늘그렇듯 오탈자 등의 문제도 여전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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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거긴 한데 밑줄이 어딨음?


덧. 정한론에 대하여 위키피디아 링크를 걸긴 했지만 위키백과의 정한론은 이 책에서 설명하는 것보다 부실하다.
2009/09/25 21:27 2009/09/25 21:27

「검푸른 해협」 이노우에 야스시 / 장홍규 번역 / 도서출판 소화



원나라의 압박으로 일본 출정하느라 고생한 고려를 다룬 역사소설이랍니다. 끝~

…은 아니고, 뭐라고 해야되나 매우 건조한 역사소설입니다. 인간관계는 깊이 얽히지 않고 상황에 대처하는 개인들에 대한 묘사가 중심이며 그에 따른 변화 정도만 나옵니다. 수 십 년에 걸친 사건들임에도 마치 한 순간에 광풍이 몰아친 것처럼 다루어서 다른 것이 끼어들 여지가 없습니다. 오로지 일본을 치려는 원나라와 어떻게든 피해를 줄이려는 고려의 이야기에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어서 읽기에는 편합니다. 술술 잘 읽혀요.

하지만 내용이 무어냐고 따져 본다면 이게 또 뭐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나라가 극단으로 몰렸을 때. 그리고 굴욕과 피해를 감내하며 대국을 받들어야 했던 고려의 상황을 패전후 일본과 동일시 하였다는 설명을 참고할 뿐입니다. 확실히 일제시대 조선과도 비슷한 장면들이 곳곳에 나오고 있더군요.

같은 고려인을 증오하는 홍다구나, 나라가 어려울 때 배신하고 잇속을 챙기는 배신자들, 그리고 원나라 관리면서도 고려의 편을 들어주는 사람 등 여러 인물들이 갈등하고 있지만 다소 밋밋해서 역사를 너무 충실히 따라간다 싶더군요. 확신을 못하는게 고려사는 학교에서 배우고 다 잊었어요;

어쨌거나 역사소설이긴 하지만 이건 시기를 타는 책입니다. 대중적이고 오래가는 사랑놀음 같은 것들이나 인물들의 생활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으니까요. 이 책이 가치를 가지는 건 책이 나온 시기가 1960년대 였기 때문일테지요. 일본사회에 반미(反美) 분위기도 좀 있고, 태평양 전쟁의 기억이 아직 남아있던 당시에는 상당한 공감을 얻었겠지만 지금에 와서는 이 책을 읽으며 대번에 그런 걸 떠올릴 만한 독자층은 꽤 얇아져 버렸을 겁니다. 그건 한국도 별 차이 없을테고요.

저 역시 작가가 의도한 것 보다는 고려사의 한 장면을 읽었다는 정도의 감상입니다. 뭐, '원종이랑 충렬왕 지못미.'하는 수준이지요. 읽는데 오래 걸리는 책도 아니고, 내용이 지루하지도 않으니 한 번 쯤 읽어볼만 합니다. 심지어 책값도 싼편이니까요.
2009/02/21 13:29 2009/02/21 13:29

「쪽발이」 모자란 한 조각을 찾았다.

Posted at 2007/11/03 11:08// Posted in 도서
「쪽발이」 고바야시 마사루 / 이원희 번역 / 도서출판 소화


 그동안 이책저책 읽으면서 2차 대전 당시 일본에 있었던 일본인의 글도 보았고 전후 일본인의 글도 보았고, 우리입장에서 본 일본에 대한 글은 무수히 보았지만 미처 보지 못했던 한 조각. 식민지 조선에 살았던 일본인이 쓴 글을 이제서야 봅니다.

책은 '쪽발이', '가교', '이름없는 기수들', '눈없는 머리'의 세 개의 단편과 하나의 중편으로 구성되어있고, 각각의 이야기의 주인공은 모두 조선에 살았던 일본인입니다. 작가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인물들인 거지요. 이들은 서로 다르지만 일관된 모습을 보이는 게 재밌습니다.

특별히 악당도 아니지만 조선인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고, 한편으로는 열등한 취급을 받는 조선인에 대한 연민이 있으면서도 두려워합니다. 그중에서도 이 두려워한다는 것이 꽤 눈에 띄는데, 무지막지한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조선인과 어울려 놀기도하고, 조선인 학생을 가르치기도 하고, 조선인 가정부를 부리기도 하지만 결국 조선인들 사이에서 일본인이라는 이질감에 의한 두려움이 드러납니다.

미리니름이라…


모호하게 써서 일본사람들이 '우리도 피해자다.' 운운하는 책으로 오해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덧붙이자면, 일본에 남아있던 사람들은 모를 응어리가 있지만 이를 극복하고 국가와 국가의 관계, 대등한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이루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는 소설이며 , 공산주의자였던 작가의 낭만-투쟁과 수감도 낭만이라면-이 서려있어 여러모로 읽어볼만합니다.
2007/11/03 11:08 2007/11/03 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