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서너권을 심심풀이로 구입했을 때는 꽤나 훌륭한 라노베라고 생각했습니다. 적당히 시간 때우기도 좋고, 읽는데 무리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뒤로 갈수록 애매해지네요.
우선 책이 너무 두껍습니다. 이런 책들은 대부분 한두권으로 하나의 이야기가 완결나는 데 이건 세권은 예사라, 8권이라고 해봐야 진행이 지지부진 하지요. 별로 풀어내는 이야기도 없는데 분량이 많다는 건 좋지 않아요. 실제로 분량이 늘어난 부분을 보면 같은 사건을 다른 인물의 입장에서 다시 반복하거나 전투를 지리하게 끌고가거나 하는 것들이 좀 있어요. 뭐, 영상화가 된다면 다듬어질 부분이겠지만 어쩄거나 호흡이 좀 긴편입니다.
그보다 문제는 독자를 괴롭히는 캐릭터들입니다. 물론 이런 캐릭터를 보고 아무렇지 않을 사람이 더 많긴 하겠지만, 전 몇몇 캐릭터를 보면서 계속 이걸 읽어야하나 싶었다고요.
예를 들어 나이 꽤나 자시고도 철이 덜들었는지 힘으로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쿠로카와 켄이라던가, 죽다 살아나니 노망이 들었는지 성인에 가까운 추앙을 받다가 용병으로 돌아선 영감탱이 루시퍼라든지 하는 개똥철학을 설파하는 이들도 그렇고 툭하면 겸손한 일본인 운운하며 해외의 독자로 하여금 '설마 니들은 진짜 그런 생각을 하고 사는거냐;'하는 의문과 짜증을 품게 만드는 알리샤 같은 캐릭터는 아무리 시간 때우기로 즐기는 책이라지만 못봐주겠더라고요.
1~7권까지 읽는 것에 3일이 걸렸는데 8권을 읽는데 2주가 걸렸습니다. 사놓고 읽기가 싫어서요. 일본문화에 익숙해진터라 어지간한 건 대강 넘기면서 봐주겠는데 제발 위에 적은 두 가지는 안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비록 '성계의~'시리즈도 이처럼 호흡이 긴 소설이고 개똥철학에 같잖게 우아한 아브에다 주변 국가 사람들은 다 바보 취급하는 겉멋만 든 물건이었지만 이거 보단 매끄럽게 끌어나갔다고요.
그래도 액션이 많아서 애니화하면 볼만할 거에요. 책은 9권에서 끝나면 좋겠지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