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관이 명관이었어

Posted at 2006/09/03 18:55// Posted in 무엇

고인이 된 냉장고


94년부터 성실하게 봉사해왔던 냉장고가 두 번째로 고장 났을 때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살 때는 꽤 좋은 거라고 샀지만 한번 고장 나서 교체하고 몇 달 되지도 않아 또 고장이 나서 부품을 교체하느니 싼 걸로 하나 사는 게 나을 지경이라 정들었던 냉장고를 떠나 보내고 새로이 좀 작은 친구를 맞이했는데 못 먹는 것, 상한 것, 안 먹는 것, 정체불명인 것을 내다버리니 작은 친구도 반도 못 채우겠더군요.

새로 사서 그런지 소리도 비교적 조용하고 나쁘지는 않은 데 어째서 구관이 명관 따위의 소리를 하고 있느냐면, 이 녀석. 시계가 없어요. 고급형 냉장고에 텔레비젼 붙이고 인터넷이 되게 하고 하는 거 보면서 저게 무슨 돈지랄인가 생각했습니다만 제가 생각이 짧았던 거였습니다. 냉장고 성능과 아무 상관 없는 시계가 사라진 것 만으로도 이렇게 불편하다보니 저런 기능들을 만들어 두면 쓰는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유용할지 상상이 되더군요. 한번 저런 거 쓰던 사람들은 안 되는 제품 쓰기 싫을 겁니다.

그리고 하나 더. 이건 기본적인 건데 냉동실에 전구가 없습니다. 아예 불이 안 들어오는 겁니다. 이건 기본적인 거라 생각했는데 없으니까 당황스러워요. 생각해보세요. 냉동실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 다니, 한밤중에 아이스크림을 먹으려다 무슨 수상한 걸 먹게 될지 모르는 위험한 처지에 놓이는 겁니다. 이 두 가지 기능이 너무나 아쉬워 옛 냉장고가 그립습니다. 그냥 또 고쳐서 쓸 걸 그랬나…….
2006/09/03 18:55 2006/09/03 18:55

「사형수042」, 많이 아쉬워서 화나는 만화

Posted at 2006/02/28 00:28// Posted in 만화



줄거리는 사람 참 많이도 죽여서 사형선고 받고 감방에서 데굴거리던 죄수번호042를 범죄자가 감정을 죄를 저지르지 않을 만큼 통제할 수 있는지 사형제도의 존폐를 걸고 실험한답시고 빼다가 머릿 속에 폭탄 집어넣고 남녀공학 고등학교에 처박아서는 언제 죽나 구경하는 악취미 만화...라고 하면 너무 심하게 매도하는 것이겠지요.

이 책 처음 나왔을 때 광고에 홀랑 넘어가서 샀는데 꽤 감동받았었습니다. 그림뿐만이 아닌 등장인물의 성격에 대한 묘사도 좋았고, 042로 불리는 주인공 타지마 료헤이가 점점 사람답게 변해가고 그의 주변이 변해가고 그러면서 용서와 관용을 끌어내어 사형수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따땃한 전개가 참으로 맘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세주문화사는 좋은 사람 때도 갑자기 절판시켜 사람 복장을 뒤집어놓더니 -나중에 애장판으로 다시 내놓는 사악한 수작은 뭐냐? 17권까지 모았었는데...- 사형수042는 일본에서는 5권으로 끝났다는데 3권까지 샀더니만 소식이 없더군요.

추가: 좋은 사람 애장판 나올 때 세주가 부도났다 다시 일어선 줄 알았더니 판권이 넘어 간 거였군요. 사형수042도 다른데서 다시 나와야 하는데;

그래서 한동안 잊고 살다가 오늘 어둠의 경로로 스캔본을 구해서 읽었는데 이 만화에 전 5권의 분량은 너무 짧았어요.

사형수042는 시작 할 때 타지마가 3년 후에 죽는다고 밝히고 시작합니다.
그 부분 때문에 3권까지 읽으면서 온갖 상상을 다했습니다.

1. 유메(위 사진의 여자애. 장님이라는데 눈이 너무 예쁜 듯;)가 위험에 처해서 구하려다가 흥분상태를 감지한 폭탄이 터져서 죽는다.

2. 시이나(위 사진의 남자. 실험의 책임자이자 카운셀러입니다.)와 금단의 세계에 들어섰다가 흥분상태를 감지한 폭탄이 터져서 죽는다.

3. 아무튼, 위 두 개가 아니더라도 그럴싸하게 죽는다.

그런데 만화가 인기가 없었는지 어쨌는지 1년 반 지나니까 시간을 껑충껑충 뛰어넘어서는 새로운 실험체가 어이없이 죽고 실험은 실패. 타지마는 교도소로 돌아가고 어느 날 사형당했다고 통보가 오고 나머지 인물들은 행복하게 살았다. 그리고 끝.

애초에 해피엔드를 기대한 건 아니지만 이건 너무 허무하잖아…….
끝을 그대로 둔다 해도 조금만 더 개연성을 만들어줬더라면, 두세 권 정도만 더 나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입니다.

2006/02/28 00:28 2006/02/28 0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