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호기는 폭주해야 제맛.
용산CGV에서 '에반게리온: 서·파' 릴레이 상영을 보고 왔습니다. 감격이에요. 중2병 환자가 아닌가 싶던 감독이 TV판 결말 말아먹고, 극장판에서 깽판을 쳐도 꿋꿋하게 돈을 갖다바쳤었는데 새로운 극장판들은 찌질함을 한꺼풀 벗었어요. 나이먹어 철도 들고 총감독 자리에 앉아 만드니,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로 멋지게 엮어내는군요. 보고나서 절로 탄성이 나오는데 혼자 갔으니 망정이지 같이 간 사람이 있었으면 흥분해서 붙들고 발광했을 겁니다. 앞으로 십년은 더 돈을 갖다 바치겠어요.
에반게리온 TV판이 걷잡을 수 없이 막나가게된 요소로 저는 카지의 죽음과 토우지의 부상을 꼽습니다. 사실 카지는 죽어도 그렇게 무겁게만 나갈 이야기는 아닐 수도 있었지만 토우지를 그렇게 만든 탓에 제대로된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게 무리였지요. 그랬는데 이번 극장판에서는 그 역할을 아스카에게 넘기고 토우지의 여동생을 처음으로 보여준 것만으로도 새로운 결말에 대한 기대가 넘칩니다.
아스카는 어쩌려고 저랬을까 싶었는데 예고편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니 예전의 에반게리온을 생각할 필요는 없겠더군요. 무엇보다도 너무나도 찌질했던 신지가 이렇게 늠름해지니 울컥하는 것이 벅차오릅니다. 그 찌질하던 녀석이 레이를 구하다니! 레이가 더이상 여럿이 아니란 사실이 기쁘고도 섭섭합니다.
그리고 '서'에서도 변하지 않고 나와서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지 않는 건가 싶었던 신지의 DAT가 겐도의 물건이었다는데서 살짝 놀랐습니다. 이런식으로 써먹을 줄은 몰랐어요. 이번 편에서 가장 훌륭한 재활용이었습니다. 신케릭터 마리는 예고에서 봤던 것보다 더 의뭉스런 캐릭터라 이번에는 나와서 인사만 한 수준이네요. 다음 극장판이 빨리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나저나 카오루가 대사할 때 아가씨들의 술렁임이란-_-);
보고나니 수명이 2년은 늘어난 것 같습니다. 블루레이든 DVD든 다 사주겠어요. 으하하핫.
덧. 상영관에서 사진찍지 맙시다. 그리고 엔딩크레딧 올라가고 있을 때 나가지 말고 기다려요. '서' 때도 그랬지만 크레딧 올라가고 더 나옵니다. 예고편도 봐야하는 거고. 에바는 '서비스, 서비스~'가 나올 때 까지 끝이 아니라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