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원체 예술에 대한 조예가 천박하기 이를 데 없는 사람이라, 좋은 그림이나 조각을 보아도 별 감상이 안 생겨요. 이른바 팝아트 같은 건 더러 보기에 좋아서 맘에 드는 때도 있지만… 하여튼 제대로 감상할 만한 안목이 없습니다. 실은, 이 책을 그런 부분을 보완하고자 읽은 게 아니고, 그냥 행사가로 싸게 팔기에 덜컥 사서 읽은 겁니다만 의외로 술술 읽히는 게 괜찮더군요. 애초에 강의록에 사진을 첨부한 것이니 딱히 어려울 게 없는 책입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인데도, 서양화와 동양화는 시선이 옮겨가는 방향부터 다르다는 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큐레이터들이 그런 걸 고려해서 전시물을 배치한 다는 것도요. 게다가 갈대와 게처럼 보고는 그냥 해괴한 조합이구나 싶었던 것이 담고 있는 의미를 알고보니 그림 한 장에 참으로 깊은 뜻을 담았구나 싶더군요. 이래서 한자를 공부해야 하나 봅니다. 알아서 좋은 건 있어도 몰라서 좋은 건 없어요. 이런 이야기들을 직접 강의로 듣지 못한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오주석 선생은 이미 고인이 되었으니 소식이 늦어도 한참 늦었어요.
뭐, 보다보면 우리 것을 연구한 분들이 종종 보이는 우리 것이 세계제일이라는 태도가 배어나오긴 하지만 심하지 않은 수준입니다. 예전에 우리 것이 최고라며 무조건 외국 것을 깎아내리던 분에 비하면, 매우 수긍이 가는 부분들에 대해 말하고 있거든요. 편협한 자국제일주의가 아니라 평가받지 못하고 홀대받는 우리 것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수준이니 흠이랄 것도 없지요.
확실히 서구의 문화예술을 추종하면서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은 적은 게 사실입니다. 책의 말미에 언급한 "예술에 국경이 없는 게 아니라 예술의 국경이야말로 지구상에서 가장 높습니다."라는 말이 뜻하는 것처럼, 외국인이 보지 못하는 작품에 배어있는 문화적인 측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품이 만들어진 곳에서 살아온 사람이 보는 법을 익혀서 찬찬히 보는 게 좋겠지요.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기 전에 한 번 읽어 보기에 좋은 책인 듯싶습니다.
쓰고싶을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