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억 짜리 말을 들여와서 무료종마로 쓴다는 것도, 마사회 차원에서 대형 목장을 만드는 것도 잘 이해가 안 가는 일입니다. 이렇게 마사회 차원에서 뭔가를 해줘야 할 만큼 우리나라 목장들은 취약한 재무구조를 가졌다는 걸까요?
유우키 마사미의 「그루밍 업」은 일본의 말 목장이 배경이 되는 이야기입니다. 경마에 관심이 없으면서 처음 읽는 것이라면 지루하기도 하고 알 수 없는 만화책일 수도 있을만큼 어느정도 경마에 대한 소양이 필요합니다. 국내 라이센스 판의 번역이 워낙 엉망인 탓도 있겠지만요.
저도 처음 유우키 마사미의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 끝까지 사서 읽었습니다만 처음 읽었을 때는 그저 그랬습니다. 그런데 좀 더 나이를 먹고 다시 읽으니 재미가 새롭더군요. 여전히 경마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감이 좋아져서 이해가 더 잘되게 된 경우지요. 책은 뭐든지 3번은 읽어봐야 할 모양입니다.
방학을 맞아 홀로 모터바이크를 타고 여행을 하던 고등학생 쿠제 순페이가 말 목장에서 앞으로의 진로와 예쁘고 야무진 마누라를 얻게 된다는 아주 복터진 녀석의 이야기를 참으로 '그런일도 있는게지'하는 투로 전개하니 조금 무덤덤 한 감은 있지만 그 무덤덤한 가운데서 살아나는 감정과 개성이 꽤 괜찮습니다.
그런 창작물이 가져야할 미덕 외에도 그 시절의 작중 작가 출연이나 다른 만화 주인공의 까메오 출연 같은 연출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일본 경마계와 말 목장 등에 대한 세세한 설명 같은 잡지식이 늘어나는 잔재미가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일본 마사회는 그 비중이 매우 적게 나온다는 겁니다. 경마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임에도 말 목장과 마주의 관계나 기수와 조마사에 대한 이야기는 나와도 정작 일본 마사회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나오질 않습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이런 만화를 그린다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높은 비중으로 한국 마사회에 대한 이야기나올텐데 말이지요. 그도 그럴 것이 만화가 나올 때와 지금은 햇수가 좀 차이가 나니까 일본의 상황도 변했을지도 모르지만 만화에서 마사회 차원에서 저런 시설과 종마를 준비한다는 이야기는 본 적이 없거든요.
뭐, 그런 건 어쨌든 느긋이 즐기며 볼 만화라는 점에서 좋아하는 만화입니다.

이런 게 좋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