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미망과 광기」 찰스 맥케이 / 이윤섭 번역 / 창해 


작년 도서전에서 산 책을 이제야 읽었습니다. 옮긴이의 말에 나온 것 처럼 고전이라 부를만 합니다. 19세기에 처음 출간된 책에 실려있는 어리석은 사례들이 21세기에도 되풀이 되고 있다는데 잠시 폭소를.

아니, 그런데 처음에 나오는 남해 회사와 미시시피 회사 같은 사례들은 너무나도 시의 적절한 이야기더군요. 서브프라임으로 세계경제가 작살났던 것과 비슷한 일이 그렇게 오래전에 있었다는 게 놀랍고, 자기네 역사에 그런 오래된 사례가 있음에도 어리석은 짓을 되풀이한 서양을 보니 우리랑 별반 차이없다 싶네요.

마지막에 나온 유물 부분도 유의해 볼만합니다. 비록 우리와 딱 맞는 사례는 아니지만 유물의 가치는 그것을 지녔던 사람에 대한 살아있는 사람들의 존경·애정 이런 것에서 나오는 것이 맞지요. 돈이되니까 가치를 지니는 건 아니잖아요.

책에 소개된 사례들을 보다가 눈에 띄는 게 있었는데 유독 십자군전쟁에 대한 부분이 길었습니다. 아마 작가가 생각하는 가장 어리석고 광기에 사로잡혔던 사건이 바로 십자군이었던 모양입니다. 사실 19세기 사람이면 서구 이외의 세계를 깔보고, 그런 과오도 합리화하려는 경향이 있지 않았을까하는 막연한 편견이 있었는데 그렇지 않아서 오히려 의외였어요.

이렇듯 단체로 뻘짓한 역사적 사례들에 대한 모음집이란 점에서 매우 싫어하는 '죽음에 관한 잡학 사전' 같은 부류의 책이라 할 수 있겠지만, 단순히 흥미본위로 짜여진 책이 아니라 깨우침을 주고자 쓴 책이란 게 달라서 좋았습니다. 게다가 그럴듯하게 무게잡는 생김새랑 다르게 책을 펴보니 생각보다 발랄하더군요.

뭐, 번역의 힘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쨌든 가볍게 읽어나가기에도 괜찮은 책이라서 겉모습에 주눅들 필요는 없었습니다. 진작 읽어볼 걸 그랬습니다.


2009/06/24 22:35 2009/06/24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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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야 미친다」 오호라 멋지구나.

Posted at 2007/02/02 18:36// Posted in 도서
「미쳐야 미친다 : 조선 지식인의 내면 읽기」  정민 / 푸른역사


책은 3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미쳐서 미친 경우는 1부에서 다루고 2부는 사람 사이의 인연에 대한 글이며, 3부는 깨달음에 대한 글들입니다. 같은 책을 10만 번을 읽고도 도무지 외우질 못했다는 김득신 같은 이들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게 뭔가에 미쳐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 아니라 그네들의 인품이나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와 업적에 대한 것 들이 책을 이루고 있어 제목과는 좀 동떨어진 감이 있습니다.

그렇다 하여도 꽤 재밌는 책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중국의 무협이나 일본의 사무라이, 닌자 이야기 같은 것들은 거의 남아있지 않지만  대신 선비들이 엉뚱한 짓을 하고 논 이야기는 많이 있구나 싶더라고요. 뭐, 화려한 멋이 없으니 영상물로 만들기에는 난감하지만요. 사람은 똘똘한데 문장이 하도 기발해서 과거시험 답안을 본 정조가 화를 내며 멀리 군역을 보내버렸다는 일이나 친구들과 주고 받은 그럴싸한 문장들이 돈 빌려달란 소리였다거나  한밤 중에 수표교에서 음악을 연주하고 술을 마시며 논 이야기들을 보고 있노라면 웃음이 절로 비어져 나옵니다. 이런 웃음을 주는 이야기들도 좋지만 옛사람들은 어쩜그리도 지극한지 나이가 환갑을 넘은 제자가 스승이 죽고 십 수년이 지나서도 꿈에 스승을 만나 기뻐하다가 죽은 것을 깨닫고 울었다는 이야기를 보면 감탄하는 마음이 솟아납니다.

전 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 꿈에 나오면 일단 도망부터 갈 것 같은데-지은 죄가 많아서;- 저리 그리워하니 말입니다.
이미 좋은 평가를 받는 책이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할 만 합니다.


2007/02/02 18:36 2007/02/02 18:36

「죽음에 관한 잡학 사전」 화장실 용 책.

Posted at 2006/12/19 15:56// Posted in 도서
「죽음에 관한 잡학 사전」 카트야 두벡 / 이군호 번역 / 을유문화사


이 책 재밌을 것 같아서 샀는데 돈 아까워요. 책이 좀 저질이라서요. 죽음에 대한 사례를 죽 늘어놓았는데 사족이 많이 붙어있어요.

유럽의 사례가 많은 거야 저자가 독일인이라 그렇다 쳐도 중세의 고문 같은 것들은 덤덤하게 써놓고 이슬람 문화권의 잔인한 형벌은 이교도 운운하는 식으로 쓰는 거나 유명한 사람이 죽었는데 마누라는 보험금 타서 잘 먹고 잘 살았다 식의 이야기를 뒤에 붙이는 것이 죽음의 사례를 정리하는 것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어요.

완전히 사전처럼 깔끔하게 사례정리만 하든지, 아니면 좀 더 세세하게 사례마다 평가를 내리든지 했으면 더 좋았을 거라 봐요.

평소에 을유문화사의 책들이 수준있는 인문학 서적들이 많아 좋게 봤었는데 많이 실망스럽더군요. 이 책의 책값-현재 정가 1만 8천원-을 생각해볼 때, 결코 구매해서 읽을만한 책은 못 된다고 봅니다. 공중화장실에 심심풀이 용으로 하나 비치하는 거면 모를까요.
2006/12/19 15:56 2006/12/19 15:56

「독서의 역사」 책을 놓다.

Posted at 2006/12/03 20:05// Posted in 도서
「독서의 역사」알베르토 망구엘 / 정명진 번역 / 세종서적


책 읽기에 실패했다. 한 3분의 2정도는 읽었지만 더 이상 읽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 이상을 읽기에는 나의 독서에 대한 정열이 너무나 부족했다.

450여 쪽에 달하는 분량은 둘째 치고 이 책을 쓴 사람은 무척 재미있지 않냐는 듯이 줄줄 써놨더라만 실제로 저자만큼의 독서가가 아닌 이상에야 책을 읽는 내내 '이건 무슨 책이고 무엇에 대한 것이 길래 저렇게 표현할까?' 아니면 사용된 어휘 자체를 이해하기 어려울 때도 있었다.

이 것도 어김없이 해외의 서평을 짤막하게 요약해서 뒷 표지에 실어놨는데

'독자와의 유쾌한 대화!' ← 저자랑 비슷한 수준이 되면 유쾌할지도 모른다.

'독자들의 영혼을 드높인다.' ← 확실히 억지로 읽다보면 눈이 침침하고 머리가 핑핑도는 아스트랄
                                          한 영적 체험을 할 수 있다.

책이 특별히 지루하거나 쓸데없이 방대하게만 구성된건 아니다.

단지! 이 책의 저자는 서점 점원도 해보고 보르헤스에게 책을 읽어주기도(읽어주기만 했겠나 세계적 문호와 독서 토론을 했다는거다) 하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지금의 코덱스형태의 책이 나오기 전 점토판에다 긋고 대나무에 써서 둘둘 말아가지고 다니던 시절부터 시작하면서 서구로 한정 시킨 것도 아니고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책에 관한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결국 무슨 소리가 하고 싶은가 하면 시공사의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100「책의 역사」라는 책이 있다. 내 기억이 맞다면 「독서의 역사」의 축약본 비스무리한 물건이니 이 책을 보고도「독서의 역사」를 읽고픈 생각이 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읽기에 괴로울 것이다.

2005.07.08에 몇 군데 수정.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100「책의 역사」-원래 001번「문자의 역사」랑 헷갈렸던-는 독서의 역사」의 저자와 같은 사람이 아닙니다. 다루는 부분이 비슷하고 참고하긴했지만.


네이버 블로그에 2004/05/11 18:07에 올렸던 글.

조만간에 다시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그때 보다는 좀 똑똑해졌겠지요.
2006/12/03 20:05 2006/12/03 20:05

「롬멜」 그를 위한 담담한 변명

Posted at 2006/10/28 00:06// Posted in 도서
「롬멜」 마우리체 필립 레미 / 박원영 번역 / 생각의나무


꽤 오랫동안 천천히 읽었지만 감상이랍시고 쓸게 없습니다. 위인전인 것도 아니고 딱히 자극적이지도 않아서 재미없다고 할 수도 있는 책이거든요. 사실 저는 이 책을 읽을 때, 저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롬멜이란 개인에 중심을 두고 보기보다는 군대있을 때 읽었던 밴드 오브 브라더스와 비교하면서 2차 대전에 대한 양쪽의 상황묘사를 비교하며 읽는 재미로 봤습니다.

아무튼, 롬멜. 이 아저씨 정말 사람이 질박한 사람이더군요. 완전히 주인을 잘못만난 칼이랄까요. 히틀러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나찌면서도 유태인 학살 등의 전쟁범죄에는 가담하지 않고 잔학하거나 피해만 늘릴 뿐인 명령은 거부하는, 조금 독특한 아저씨더군요. 능력도 있고 성품도 나쁘지 않은 군인이었기에 전쟁 중에도 많은 존경을 받았다고하니 대단합니다.

그러나 이런 쟁쟁한 인물들이 있었지만 독재자는 상태가 안 좋고, 그 주변에는 아첨꾼들이 득세하니 롬멜 같은 온건한 사람들은 영향력이 줄어들고 극단적인 나찌나 생각없는 출세지향형의 인간들이 힘을 얻어  전쟁을 끝낼 시기를 놓친 것이 독일이 패전한 원인이 아닌가 싶더군요.

중요한 건 상황이 그 모양으로 돌아가자 독일 내부에서도 히틀러와 나찌에 의한 정부를 무너뜨리고 전쟁을 끝내려던 세력이 있었고 쿠데타를 일으키고 새로운 국가원수로 롬멜을 추대하자는 계획이 있었다는-독일의 저항세력에 대해서는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습니다.- 것이 겠지요. 물론 롬멜도 이 계획에 대해 알고 있었고 동조하기까지 했다는 것도요.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조차도 히틀러를 죽일 수는 없다고 했다는 것에서 참 고지식한 노인네구나 싶다가도 노르망디 상륙작전 성공 후에 계속 밀고 들어오는 연합군을 상대로 히틀러를 무시하고 강화를 시도하려 했다는 걸 보면 참 무모한 아저씨구나 싶었습니다.

그야말로 이런 게 인간이라는 거지요. 갈팡지팡 우유부단한 듯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을 잃지 않고 바른 길을 따라가려는 사람은 매력적인 법입니다. 이 책을 쓴 사람은 확실히 우익이나 좌익에게 정치적으로 이용당하지 않은 인간 롬멜에 대해서 쓰고 싶었나 봅니다.

한국의 역사 속 위인들도 이렇게 정치적 의도로 부터 분리해서 개인으로서 조명하는 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2006/10/28 00:06 2006/10/28 00:06

「두 개의 한국」 남북한과 미국의 뻘짓들

Posted at 2006/06/29 18:03// Posted in 도서
「두 개의 한국」 돈 오버더퍼 / 이종길 번역 / 길산


블로그에 하도 쓸게 없어서 놀려두다가 심심해서 하나 써봅니다.

이 책은 한 2년쯤 전에 산 책으로 서점에서 아르바이트 할 적에 발견하고 표지가 예뻐서 샀던 책입니다만 역사에 관심을 가질 나이라면 한번 읽어봐야하는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책의 내용은 한국사에 대해 간략히 언급하고 미군이 한반도에 들어올 때 부터 시작해서 6.15 남북정상회담 까지 한반도에서 일어났던 굵직굵직한 사건들에서 미국이 어떤 결정을 내렸고 그 배경은 어떤 것이었는지에 대해 조사한 것들로-원래 미국인을 대상으로 쓰여진 책이라서요.- 차근차근 읽어보면 미국의 대응이 미숙했던 경우나 정보수집이 부족해서 예측밖의 상황이 일어난 경우가 꽤 있더군요. 지금은 얼마나 다를지 모르겠지만 어떻게 보면 우습기도 합니다. 우리 역사 자체가 재밌는지도 모르지만요.

예를 들어 판문점 도끼 만행사건 당시 미국이 보복으로 문제의 미루나무를 자르려고 할 때, 박정희 대통령이 공동경비구역에 중화기를 가지고 갈 수 없으니 태권도 유단자로 구성된 비무장 특수부대를 호위로 붙여주었는데 사실은 트럭에 M16을 비롯하여 수류탄과 대전차무기, 유탄발사기와 경기관총을 숨겨 놓고 있었다거나-실은 중무장했던 사실을 미군이 몰랐었음. 미군은 권총과 손도끼로만 무장.- 나무를 자르는 사람들의 배후에 중무장한 미군과 폭격기, 공격 헬기가 준비되어 있었고 북한군이 방해하면 수 백발의 포탄을 날린다는 계획이었다니 그때 분들은 전쟁나면 어쩌나 걱정 많으셨겠습니다. 21세기에야 저 사실을 안 저에게는 그야말로 웃지못할 촌극이라 재밌었습니다만…….

저자인 돈 오버도퍼 씨는 한국에 대해서 전문가로 알려진 분입니다. 처음에는 작가후기에서 저술에 도움을 준 사람들을 언급하면서 조선일보의 조갑제 씨와 김대중 씨를 언급해서 편협한 시각으로 쓰여진 책이 아닐까 의심도 했지만 읽으면서 거부감을 느끼지 못했고 아직까지 책의 내용과 어긋나는 사료를 접해보지도 못 했습니다.

우리의 현대사를 외국인의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생각의 방향이 더 다양해지는 것 같아 좋더군요.
2006/06/29 18:03 2006/06/29 18:03
「스키너의 심리상자」 로렌 슬레이터 / 조증열 번역 / 에코의서재


이 책 부제가 "세상을 뒤바꾼 심리 실험 10장면"입니다. 심리 실험에 대해서 재미있게 풀어쓴 책이겠거니 하고 봤는데 실험에 대해 흥미 위주로 풀어낸 게 아니라 실험을 한 학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책입니다.

예를 들어 해리 할로의 애착 심리학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할로가 어째서 사랑의 본질에 대해 연구하게 되었나를 살펴보고 실험의 내용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고 현재 관련분야나 실험을 행했던 그 자신이 어떻게 살고 있는가-또는 죽었는가-를 말해주는데 표현 방법이 주관적이면서 미려해서 인문학에 대한 책이 아니라 마치 수필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사실 원래 기대했던 건 피도 눈물도 없는 괴물들의 비윤리적이고 위험한 실험에 대한 자극적인 글을 원하고 본거였습니다만 좀 더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괜찮았습니다. 책에 소개된 10가지 심리실험에 해당하는 일들이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 주변에 많이 일어난다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고요.

실제로 가짜 기억 이식이나 기억 조작은 저도 해본 적이 있어요. 모임에 나가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른 다음 그때의 상황을 거짓으로 묘사해서 다른 사람들이 저를 모임에 참석했던 걸로 기억하게 한다든가 하는 거지요.

아무튼, 처음에 딱딱하고 자극적인 인문학 서적을 기대하고 펼쳤다가 부드러운 문체의 수필에 조금 실망했다가 읽다 보니 인문학 서적이 맞기는 맞는구나 싶은, 잘 읽히고 재밌는 책입니다. 단지 1판 9쇄로 읽었는데 인쇄 상태가 군데군데 지저분하더군요. 글씨가 밀려서 보기에 안 좋았어요.
2006/05/29 17:05 2006/05/29 17:05

「최후의 연금술사」 사기꾼, 현자, 혁명가

Posted at 2006/05/20 16:18// Posted in 도서
「최후의 연금술사」 이안 맥칼만 / 김흥숙 번역 / 서해문집


좀 오래된 극장판 애니메이션 중에 미야자키 하야오 할배의「루팡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이라는게 있다.

그 만화를 보던 시절에는 그 칼리오스트로라는 인간이 어디서 뭐해먹고 살던 인간인지 관심도 없었고 실존인물인지도 몰랐다. 그런데 수 개월전 교보문고에서 어슬렁거리다가 느낌표 선정도서들이 죽 꽂혀있는 가운데 당당하게 '나 잘났소.'하는 자세로 이 책이 있었다.

인터넷 서점의 서평 같은데 보면 보통 별 셋이나 둘 반 정도의 평가로 그리 좋은평은 못받는다. 책 자체야 품질이 좋더라만 뒤에 외국에서의 평가를 홍보용으로 써놓은 것도 내가 보기에는 스스로 별 볼일 없는 책이라고 하는 것 같았다.

책은 주세페 발사모로 태어나 알레산드로 칼리오스트로 백작으로 죽기까지의 삶을 상당히 읽기좋게 적어놨는데 동네 양아치가 카사노바의 시기와 질투에 시달리고 프랑스혁명을 촉발시키고 프리메이슨의 핵심인물로 유럽사회와 정치체제의 전복을 꾀하다 바티칸에 의해 부당한 탄압을 받고 감옥에서 옥사한 감동적인 이야기.

...가 아니다. 소설처럼 쓰긴 했어도 소설이 아니기에 칼리오스트로가 영향을 끼친 왕족, 귀족, 성직자와 부르주아들이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어떻게 칼리오스트로를 대했으며 재수없게 일이 꼬였을 때 칼리오스트로가 어떤 수법으로 빠져나갔나 하는걸 보여준다.

이거 보고 느낀건 17세기 유럽이란 사기와 협잡이 일상적이고 모함과 언론의 왜곡도 심심찮게 일어나는 질낮은 동네였다는 것과 프리메이슨은 원래 힘있고 돈많고 멍청하거나 똑똑한 사기꾼과 그에 속은 순진한 사람들이 모인 조직인데 지금은 어떻게 세계적 음모론의 중심에 있는지 의심스럽다는거다.

추가: 참고로 이 칼리오스트로란 아저씨 연금술을 써서 다른 광물을 금으로 바꾼다거나 하는데보단 의사로서 더 소질이있었다고 한다. 연금술이니 강령회니하는건 별 성과가 없어도 무료진료소를 열기도 하고 의사들이 포기한 환자를 치료하기도 했단다.


네이버 블로그에 2004/05/08 12:28에 올렸던 글.
2006/05/20 16:18 2006/05/20 16:18
「흑사병의 귀환」 수잔 스콧, 크리스토퍼 던컨 / 황정연 번역 / 황소자리


가끔 코에이의 삼국지 시리즈를 하다 보면 툭하면 역병이 돌아서 각종 수치가 뚝뚝 떨어지곤 합니다. 잘나갈 때는 괜찮지만 이리저리 치여서 도시하나 붙들고 버틸 때는 스트레스를 착실히 높여주는 이벤트입니다.

그런 도시 몇 개에서 일어나는 이벤트 수준이 아니라 유럽을 휩쓸었던 흑사병에 대해 사실 사람들이 아는 게 별로 없다는 걸 알게 해 주는 책이더군요.

이 책의 저자들은 전문적인 의학자가 아니지만 치밀한 자료에 대한 조사와 이를 바탕으로 한 추론을 전염병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놨습니다. 아울러 병으로 죽어간 사람들에 대한 자세한 묘사와 그 시대의 흑사병과 관련된 암울한 기록들, 그리고 현대사회에서 이러한 역병이 얼마나 위협적인가를 보여주어 적당히 흥미를 가질 수 있을 정도의 자극이 되더군요. 인문학 서적이면서도 읽기에 편했습니다. 분량이 그리 많지는 않은 것도 있고요.

미국 드라마 하우스를 재밌게 본다거나 중세 유럽에 관심이 있다거나 퍼즐 맞추기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읽어볼 만할 겁니다.

책 자체에 대해 말하자면 우선 번역이 껄끄럽지 않더군요. 적어도 읽으면서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하는 부분은 없습니다. 오타가 몇 군데 있는데 아직 수정본이 나오지 않아 어쩔 수 없지만 2010년 11월 16일까지 교환해준다니까 많이 팔리면 그전에 2쇄 찍겠지요. 뭐; 그리고 책 끝 부분에 용어별로 목차가 있어 쉽게 찾아볼 수 있게 해놨는데 이건 대부분의 인문학 서적이 취하는 부분이니 딱히 장점이랄 거까진 아니군요.

점수를 매기자면 서점에서 다 읽기에는 좀 눈치 보일 분량이라 마음에 들면 사고 아니더라도 근처 도서관에 없으면 들여놓으라고 요청할 정도는 됩니다.
2006/05/05 17:38 2006/05/05 1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