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오래된 극장판 애니메이션 중에 미야자키 하야오 할배의「루팡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이라는게 있다.
그 만화를 보던 시절에는 그 칼리오스트로라는 인간이 어디서 뭐해먹고 살던 인간인지 관심도 없었고 실존인물인지도 몰랐다. 그런데 수 개월전 교보문고에서 어슬렁거리다가 느낌표 선정도서들이 죽 꽂혀있는 가운데 당당하게 '나 잘났소.'하는 자세로 이 책이 있었다.
인터넷 서점의 서평 같은데 보면 보통 별 셋이나 둘 반 정도의 평가로 그리 좋은평은 못받는다. 책 자체야 품질이 좋더라만 뒤에 외국에서의 평가를 홍보용으로 써놓은 것도 내가 보기에는 스스로 별 볼일 없는 책이라고 하는 것 같았다.
책은 주세페 발사모로 태어나 알레산드로 칼리오스트로 백작으로 죽기까지의 삶을 상당히 읽기좋게 적어놨는데 동네 양아치가 카사노바의 시기와 질투에 시달리고 프랑스혁명을 촉발시키고 프리메이슨의 핵심인물로 유럽사회와 정치체제의 전복을 꾀하다 바티칸에 의해 부당한 탄압을 받고 감옥에서 옥사한 감동적인 이야기.
...가 아니다. 소설처럼 쓰긴 했어도 소설이 아니기에 칼리오스트로가 영향을 끼친 왕족, 귀족, 성직자와 부르주아들이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어떻게 칼리오스트로를 대했으며 재수없게 일이 꼬였을 때 칼리오스트로가 어떤 수법으로 빠져나갔나 하는걸 보여준다.
이거 보고 느낀건 17세기 유럽이란 사기와 협잡이 일상적이고 모함과 언론의 왜곡도 심심찮게 일어나는 질낮은 동네였다는 것과 프리메이슨은 원래 힘있고 돈많고 멍청하거나 똑똑한 사기꾼과 그에 속은 순진한 사람들이 모인 조직인데 지금은 어떻게 세계적 음모론의 중심에 있는지 의심스럽다는거다.
추가: 참고로 이 칼리오스트로란 아저씨 연금술을 써서 다른 광물을 금으로 바꾼다거나 하는데보단 의사로서 더 소질이있었다고 한다. 연금술이니 강령회니하는건 별 성과가 없어도 무료진료소를 열기도 하고 의사들이 포기한 환자를 치료하기도 했단다.
네이버 블로그에 2004/05/08 12:28에 올렸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