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작가가 생전에 구상해둔 결말이 발견되어 만들어졌다는 '장난스런 Kiss'의 애니메이션이 하고 있지요. 두  편 밖에 보지 않았는데 정말 놀랍더라고요. 고토코가 300%는 미화되어서 나오더라니까요. 원래 그런대로 예쁘다는 설정이기는 했지만 만화책에 비하면 과장이 심한 수준입니다. 하긴 대만에서 만들었다는 드라마 '악작극지문(惡作劇之吻)'도 꽤 괴악하더라는 이야기가 있긴 하지만 본 적이 없으니 뭐라 못하겠군요.

어쨌거나 이렇게 움직이는 그림으로 보니 감회가 새롭더군요. 사실 이 작품 자체는 조금 별나지만 그렇게 특출 날 게 없는 순정만화가 될 수도 있었을 거에요. 작가가 10권에서 마무리를 지었다면 한때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처럼 수 차례에 걸쳐, 여러 미디어로 다시 만들어질 수는 없었을 겁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거기서 끝내지 않은게 정말 아쉬운 작품이기도 하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고토코에게 낚인 유키

옆의 한 컷은 '장난스런 Kiss' 3권에 나오는 장면입니다. 당대의 아이돌이 히카루 겐지라는 것만으로도 세월을 느끼기에는 충분합니다. 저 장면이 중요할 건 없지만, 저 때의 독자층을 계속 유지해나가고 있었다는 점에서 유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10권에서 끝났다면 저 부분을 보며 그런 시절의 그런 순정만화로 기억했겠지만, 근성 연애물의 뚝심을 보여주던 10권까지의 내용 이후로는 고토코와 주변 사람들의 인생을 조망하는 작품이 되면서 이미 청소년 대상의 순정만화를 벗어났으니까요.

그리고 그 10권 이후의 내용이, 10권 이전의 내용을 그리 탐탁치 않게 여겼던 제가 이 만화에 대한 글을 쓰고 있는 이유지요. 머리나쁘고 잘하는 것도 없는 여자애가 엄친아 ―실제로도 아빠 친구 아들― 를 잡는다는 평범한 이야기가 고등학생이던 주인공과 친구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는 그야말로 인생을 그리는 대작으로 발전해 나가는 모습은 참으로 훈훈한 것이었습니다.

다만, 독자와 같이 늙어가는 만화의 길을 택한 이 만화가 어디서 끝날지를 모르겠더라는 게 불안하기는 했는데, 결국 미완의 작품으로 남고 말았지요. 작가인 타다 여사가 그렇게 작고하시지 않았다면 오래 연재하기로 '유리가면'에 필적하는 작품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라가와 작가의 '아기와 나'처럼 적당한 부분에서 끊었더라면, 10권 이후로 외전이나 한 편 그리고 말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했습니다만, 오랜만에 23권 까지 다시 읽어보니 역시 이만화는 그대로 계속 갔어야 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비록 과장되고 다소 엉성한데다가 다소 편견을 조장할 여지가 있다고 해도, 이만큼 한 사람과 그 주변의 인생을 행복으로 가득한 것으로 묘사하는 작품도 많지 않거든요.


2008/05/24 18:38 2008/05/24 18: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