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보니 작가가 장난끼가 많아요. 처음 카이넨이 나오는 부분은 깜빡 속아넘어갔지 뭡니까. 나름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와 연결되는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하는데, 활자라서 가능한 트릭이다 보니 영상화하면 맛이 좀 떨어지겠어요.
일단, '노인의 전쟁' 속편으로는 꽤 어두침침한 이야기지만 읽고나서 기분 더러워지는 책이 아니라 마음에 듭니다. 다만, 뭐랄까 오히려 가벼워서 문제입니다. 쉽게 잘읽히긴 하지만 그만큼 건조하다는 게 문제라서요. 전작도 가볍긴 했지만 그건 원래 가볍게 흐르는 이야기였으니 상관 없지만 이건 훨씬 진중한 분위기를 가지면서도 무게감이 없다는게 좀 아쉽군요.
원래 작가가 글쓰는 스타일이 이렇다고는 하지만 그저그런 시간떼우기용 소설을 읽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언뜻 들 정도였습니다. 작중에서 잠깐씩 이름을 보이는 작품들도 그렇고, 꼭 덕후가 라노베 쓰는 거랑 비슷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사실 그렇게 생각한데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분위기 보단 캐릭터의 영향이 컸지요.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공평유사公平有私(?)한 또라이 맷슨 장군이 워낙 강렬했거든요. 그 밑에서 고생하는 로빈슨 대령도 은근히 웃겼고요. 역시 100세를 넘나드는 영감탱이들이 경망스럽게 구는 건 비현실적인 느낌이 든단 말이에요. 게다가 여전히 성적으로 난잡한데 아무래도 이런 세계구나 하고 이해해야할 듯.
어쨌든 전작과 마찬가지로 단숨에 읽어낼만큼 재밌었습니다.
그건그렇고 이거 예스24에서 주문했는데 책은 늦게 오고─재고가 없어 주문하느라 늦어진 건 이해 해야하지만 그래도 늦게 주문하고 총알배송으로 먼저 받은 사람이 있을 거라 생각하니 배알이 뒤틀리는 건 어쩔 수 없어요. 그나마 받아보니 제일 위나 아래에 있던 책인지 표지에 강렬한 밴딩자국이 남아서 기분이 더 상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바로 반품 넣었을테지만 크게 파본인 건 아니니 그냥 갖고있기로 했습니다.
쓰고싶을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