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작화가 뛰어났다거나 노래가 중독성이 있다거나 하는 것보다, 기본적으로 고려하는 수준에 감탄했습니다.
우선 살아있는 것들은 결코 가만있지 않아요. 물론 배경취급인 식물들이야 가만히 있지만 동물들은 어떤 순간에도 움직이고 있지요. 심지어 잠을 자고 있을 때도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당연하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모든 움직임을 그려넣어야하는 애니메이션의 특성상 아무리 수준 높은 작품이라도 살아있는 모든 것이 움직이는 경우는 드물거든요. 그런데 이 작품은 그걸 합니다.
사람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이상의 시각정보를 뿌리면 수준높아 보이는 화면이라고 한다던데, 포뇨의 작화수준은 지난 수십년의 세월에 비해 월등하다고 할만한 수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런 쉴새없는 움직임에 현혹되지 않을 수 없더군요.
또한, 세세한 부분에 대한 묘사가 과연 훌륭하다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짐을 들고 문을 여는 것 같은 보통 한 컷으로 처리되고 넘어가는 부분마저도 일상생활의 움직임을 그대로 잡아내어 그련낸 솜씨는 정말 대단한 것이지요.
기본적인 이야기는 인어공주에서 빌려온 듯한데 아이들을 위한 만화답게, 지브리의 만화답게 밝고 아기자기하게 흘러가서 즐거웠습니다. 예전에 묵직했던 몇 작품에 비하면 토토로와 비견할만큼 가벼운 이야기였으니까요.

지그프리드는 아니지만 어쨌든 브륀힐데를 구하는 소스케.
하지만 가볍다고 해서 환경문제에 대한 주제의식마저 빼먹은 건 아니었습니다. 처음 포뇨가 뭍으로 올라올 때 유리병에 갇히는 부분이나, 포뇨의 아빠 후지모토가 내뱉는 대사들은 여전히 인간이 환경에 해로운 존재들임을 보여주니까요. 다만, 나우시카나 모노노케 히메 같은 다소 무거운 분위기의 작품들과는 다르게 악당이 없는 아이들을 위한 만화라 그런가 인간에 대한 애정이 넘칩니다.
다시 포뇨가 처음 뭍으로 올라올 때의 이야기를 되짚어보면 명확해지지요. 포뇨는 바다에 버려진 유리병에 갇히는 곤욕을 치르지만 그렇게 된 과정을 보면 인간들이 바다에 가라앉은 쓰레기들을 수거하는 중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기존에 환경을 파괴하고 벌을 받은 후에 비로소 반성을 하게되는 작품들과는 다르게, 이미 더럽혀진 환경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대체 이런 생기넘치는 만화를 얼마만에 봤는지 모르겠습니다.
08년의 마지막에 이처럼 좋은작품을 접하니 기분이 좋군요.
…그런데 리사는 운전습관을 고쳐야하지 않을까 싶긴합니다. 철없는 아줌마들이 보고 따라할까 겁난다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