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도서전에서 산 책을 이제야 읽었습니다. 옮긴이의 말에 나온 것 처럼 고전이라 부를만 합니다. 19세기에 처음 출간된 책에 실려있는 어리석은 사례들이 21세기에도 되풀이 되고 있다는데 잠시 폭소를.
아니, 그런데 처음에 나오는 남해 회사와 미시시피 회사 같은 사례들은 너무나도 시의 적절한 이야기더군요. 서브프라임으로 세계경제가 작살났던 것과 비슷한 일이 그렇게 오래전에 있었다는 게 놀랍고, 자기네 역사에 그런 오래된 사례가 있음에도 어리석은 짓을 되풀이한 서양을 보니 우리랑 별반 차이없다 싶네요.
마지막에 나온 유물 부분도 유의해 볼만합니다. 비록 우리와 딱 맞는 사례는 아니지만 유물의 가치는 그것을 지녔던 사람에 대한 살아있는 사람들의 존경·애정 이런 것에서 나오는 것이 맞지요. 돈이되니까 가치를 지니는 건 아니잖아요.
책에 소개된 사례들을 보다가 눈에 띄는 게 있었는데 유독 십자군전쟁에 대한 부분이 길었습니다. 아마 작가가 생각하는 가장 어리석고 광기에 사로잡혔던 사건이 바로 십자군이었던 모양입니다. 사실 19세기 사람이면 서구 이외의 세계를 깔보고, 그런 과오도 합리화하려는 경향이 있지 않았을까하는 막연한 편견이 있었는데 그렇지 않아서 오히려 의외였어요.
이렇듯 단체로 뻘짓한 역사적 사례들에 대한 모음집이란 점에서 매우 싫어하는 '죽음에 관한 잡학 사전' 같은 부류의 책이라 할 수 있겠지만, 단순히 흥미본위로 짜여진 책이 아니라 깨우침을 주고자 쓴 책이란 게 달라서 좋았습니다. 게다가 그럴듯하게 무게잡는 생김새랑 다르게 책을 펴보니 생각보다 발랄하더군요.
뭐, 번역의 힘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쨌든 가볍게 읽어나가기에도 괜찮은 책이라서 겉모습에 주눅들 필요는 없었습니다. 진작 읽어볼 걸 그랬습니다.
쓰고싶을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