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보수적이고 꼴통이나 신념은 확고한 늙은이 그 자체로 보이더군요. 월트는 자막으로는 꽤 순화해놨지만, 말씨는 거칠기 짝이 없고, 자식들에게 좋은 모습 보이며 살지 않아서 별 대접도 못 받는 주제에 이웃을 상대로 인종차별을 예사로 하는 것이 소위 말하는 평등이나 PC 따위는 알 바 아닌 꼴통할배지요.

우리나라에서 만들었으면 영감쟁이가 변하지 않고 꼴통 짓 하며 끝나고 엔딩 올라갈 때 '이 땅의 모든 아버지에게 이 영화를 바칩니다.' 따위의 문구나 덩그러니 떴겠지만,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또 다른 이야기와도 같은 영화라 그런지 마지막까지 극장에 앉아있어도 좀 더 감동을 줍디다.

전체적으로 월트가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게 웃겼습니다. 마지막까지 인종차별적인 소리를 하고 거친 말씨도 바뀌지는 않지만 못된 늙은이가 말은 그래도 착한 노인네로 변하지 않지만 변하는 부분은 노인들의 공통된 모습인지 우리 눈에도 익숙한 일이라 즐겁게 봤습니다. 마지막 결심하는 부분이 그래서 그만큼 짠했는데요. 그중에서도 무시하던 애송이 신부에게 고해성사 하는 부분이 묘했습니다.

그때 월트가 고해한 죄들이 지금 기준으로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거든요. 특히 요즘의 어떤 나라에서는 고해한 죄 중 어떤 것을 당연히 해야 되는 것인 줄 아는 무리가 어린애부터 배때기에 기름기 좀 채워넣은 어른들까지 폭넓게 퍼져 있을 정도로 가벼운 죄입니다.

그리고 그다음에 타오에게 털어놓는 무거운 죄는 고해 따위로 지우지 않고 언제까지나 짊어지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노친네의 꼬장꼬장하나 존경할만한 부분을 잘 보여주지요.

보고나니 매우 좋은 영화지만 새로운 영화는 아니었어요. 이미 한 번 했던 이야기를 조금 다르게 변주한 것이니까요. 뭐, 다들 그렇긴 하지만 보통 다른 사람들은 기교를 잔뜩 부려서 다른 이야기인양 꾸민다고요.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자기자신을 연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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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걸린 성조기만봐도 어떤 영감인지 알만 하지요.


 
2009/03/23 00:17 2009/03/23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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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덕에 영화를 자주 보게 되는군요. 그리 길게 쓸 말이 없는 영화였습니다. 이오지마 상륙 장면도 과거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봤던 거에 비해 특별한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좀 불필요하게 잔인한 거 아닌가 싶더군요.

내용은 요즘 유행하는 전쟁영화들하고 비슷합니다. 실감나는 전투 장면과 영웅으로 추앙받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 가에 대한 이야기의 재탕이라 "태극기 휘날리며"나 "밴드 오브 브라더스"가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아! 당시 백인들의 미국 원주민들에 대한 인종차별을 다룬 것이 맘에들더군요.
2007/02/19 21:11 2007/02/19 2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