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년 9월 9일에 '9'를 보지 않으면 무엇을 보겠습니까. 영화표값까지 9천원이었으면 완벽한 호9…흠흠, 이작품에 대해서 내용 외적인 부분에 대해서만 알고 있었습니다. 졸업작품으로 나온 걸 팀버튼이 보고 크게 감탄하여 장편화 했다는 이야기요. 확실히 영화 전체적으로 비주류에 속한다는 느낌이 물씬 납니다만, 엔딩 크레딧 올라가는 거 보니 여느 헐리우드 영화 못지않게 길더만요. 한국사람 이름도 간간이 보이고요.
3D 애니메이션임에도 디지털 상영이 없다고해서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작품의 분위기가 음울하고 어두침침해서 굳이 디지털이 아니어도 상관이 없겠더라고요. 그리고 이야기가 꽤 흥미로워서 그런 것 따위에 신경쓸 여유가 없었습니다. 심지어 번역이 홍주희 씨라는 것조차 방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안 본 사람을 배려않는 미리니름 있는 감상.
나인이 뭘 의미하는가 했는데 9개의 인형이더군요. 인간들이 기계의 공격으로 모두 죽어난 다음에 과학자의 분신인 아홉 인형들에게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이 분신이라는 개념이 꽤 괜찮았던게 설명이 필요없단 겁니다. 등장인형의 성격이 왜 그렇고 어떻게 그런 지식이 있는지를 구차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으니까 이야기 전개가 빠르더군요. 왜 저럴까 하는 궁금증과 함께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볼 수 있는데다가 뒤에 분신이란 것만 밝혀지면 이야기를 길게 가져갈 필요도 없고 이상하지도 않잖아요.
어쨌건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런 재앙은 처음입니다. 인류의 종말을 다룬 이야긴 많이 봤지만 싸그리 다 죽여놓고 시작하는 이야기는 처음입니다. 아니, 단편 SF중에 그런 작품이 하나 있는 걸 봤는데 그건 나중에 인류가 부활하니까 이거랑은 달라요.
사람이 단 한명이라도 살아있는 게 나왔더라면 '쿠로가네 커뮤니케이션'처럼 뒷이야기에 희망을 걸어볼 수도 있을텐데 아무리봐도 인류는 멸절.
게다가 해피엔딩처럼 끝났지만 실은 처음에 두패로 갈렸던 인형들 중 한쪽은 죄다 승천한데다가 그저 번식도 못하고 남은 수명도 알 수 없는 인형 몇 개가 남았을 뿐입니다. 마지막을 보니 생명이 다시 생겨날 것 같기는 하지만 인류 비슷한 거라도 다시 나타나려면 진화의 과정을 거쳐야 할 테니 매우 비관적인 해피엔딩이지요.
그런데 그 우중충한 분위기에 매료되는 겁니다. 밝은 구석 따윈 없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이 빛나는 어찌보면 실소가 나올 작품이었어요. 생각할 꺼리를 찾으면 곱씹어볼만한 작품이지만 그냥 빠르게 전개되는 액션과 술술 넘어가는 이야기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작품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이거 무섭습니다. 약간 스팀펑크 + 공포물이랄까. 디자인이 기괴하다 못해 소름끼치더라고요. 어린애들이랑 보는 건 피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적어도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에게 추천. 그리고 블루레이 나오면 사야겠다 싶은 작품에 추가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팀 버튼의 인지도가 높으니 일단 나오기만 하면 들여오지 않겠어요.

제일 이해가 안갔던 건데, 7은 왜 여성형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