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유명한 루피시아의 사쿠란보를 드디어 맛보게 되었습니다. 지난 여름부터 소문을 듣고 한 번 마셔봐야겠다 생각했는데, 마침 일본에 가는 사람이 있어 부탁했지요. 50g에 6000원 정도였다더군요. 니나스 비싼 줄 못느끼다가 이렇게 가격비교해보니 상당한 차입니다. 뭐, 싸서그런가 홍차캔은 없지만서도.
외관부터 강렬한 사쿠란보
체리다!!
진짜 사쿠란보
'람보'라고 써있는데 왜 '란보'냐 하는 태클은 사절.
뜯으니 향이 확 찌르더군요. 남는 캔이 있어 담아뒀습니다.
컵이 퍼져보이는 건 렌즈의 왜곡탓입니다.
3분 19초를 우려낸 건데 상당히 진한 색을 띄면서도 별로 튀는 색은 아니더군요. 사진을 보정하다보니 밝게 나왔지만 더 탁한 색입니다. 색도 향도 참 진하더라고요. 어떤 식으로 섞은 건지는 잘모르겠지만 체리향이 달지 않고 쏘는 듯이 납니다. 이 차는 냉침으로 유명하던데 나중에 해봐야겠어요.
이것저것 마시면서도 조금 지나면 향을 구별하기 어려웠는데 이건 구별 못하는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차 맛은 잘 모르지만 그 색과 뜨거운 것이 목구멍을 넘어갈 때의 느낌이 좋아 홍차를 종종 마십니다. 그런데 문제는 마시는 사람이 저밖에 없다보니 차 주전자를 쓰기는 애매해서 따로 인퓨저를 이용하고 있는데 이것이 부서졌습니다.-약하기도 하지;- 그래서 인퓨저를 쓰지 않고 바로 찻잎 우려내기를 시도했다가 톡톡히 쓴 맛을 보고 인퓨저를 사러 가까운 이마트로 갔습니다. 전에 거기서 파는 걸 본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20분을 걸어서 갔더니 이제는 안 팔더군요. 아니, 커피 내리는 기계는 그렇게 많이 팔고 거름망이 포함된 차 주전자도 팔면서 인퓨저만 안 팔다니, 뒤통수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전에 왔을 때는 분명히 멸치 거름망 옆에 인퓨저가 놓여있었는데 말이지요. 빈 손으로는 돌아가기 아쉬운데 멸치 거름망이라도 써볼까 고민했답니다. 잔이 거름망에 비해 작다는 사실을 떠올리지 못했으면 정말 샀을지도 모릅니다.
오랜만에 홍차를 마시고 싶어 물을 끓이던 중에 조지오웰의 글이 생각났어요.
대략 "홍차를 마실 때 스트레이너에 찻잎을 넣으면 충분히 펴지지 않아 맛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
또한, 차마시는데 설탕이니 꿀이니 메이플시럽 따위를 넣지마라. 차 맛을 알 수 없다."라는 글이었지요.
그래서 한 번 그 말 대로 해봤습니다. 찻주전자에 그냥 홍차잎을 넣고 우려낸 다음 아무것도 넣지 않고 마셨어요.
그리고는 주로 티백 홍차만 마시던 제게는 맛과 향의 차이를 느낀다는 건 무리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도 원래 이번에 마신 홍차가 쓴 맛이 안나는 거라 마시기 어렵지는 않더군요.
문제는 찻잎이 주전자 안에서 가라앉아있어 스트레이너를 쓸 때처럼 건져내지 못했다는 겁니다.
무려 8분여를 우려낸 두번째 잔을 마시고는 남은 홍차를 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썼습니다.
오웰, 이 아저씨 입맛이 꽤나 특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못하고 따라한게 바보짓이었습니다.
사실은 애초에 한 잔만 끓이지 않은게 바보짓이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