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특이한 사람 「빠삐용」

Posted at 2006/07/01 19:02// Posted in 도서
「빠삐용」 앙리 샤리에르 / 문신원 번역 / 황소자리


드디어 다 읽은 빠삐용. 빠삐용하면 영화가 먼저 떠오르고 명장면이라고들 하는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마지막 부분이 유명하지요. 저도 그런 빠삐용을 생각하며 이 책으로 부탁했습니다. 영화의 원작이 되는 이야기가 얼마나 극적이면서 자유를 향한 처절한 투쟁으로 점철되어있는지 알고싶었거든요.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그의 수감 생활에 대한 묘사는 불과 수 십년 전의 프랑스가 인권을 별로 따지는 나라는 아니었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세세합니다. 그리고 또한 그곳 역시 사람 사는 곳이라는 사실 또한 알 수 있었습니다. 도형지에서 빈발하는 살인과 동성애, 도박. 그리고 조금이라도 나은 식사와 수감생활을 위한 뇌물 등 그나마 조금이라도 나은 삶을 얻으려는 죄수들의 몸부림을 보고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를 떠올렸습니다. 그곳에서 빠삐용은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중 몇몇과는 친구가 되어 같이 탈출을 시도한지 8번 만에 탈출에 성공합니다.

8번째의 탈출에 성공하기 전까지 7번을 실패하는 동안 격리수감형을 받는 부분이 있었는데 영화에 대해서 기억하는 건 그 부분 정도입니다. 독방에 갇혀서 아무런 정서적 자극 없이 2년을 버틴 걸 보니 정말 질리겠더군요. 끊없이 과거에 대한 회상과 다음 탈출을 위해서 건강을 유지하려는 집념이 대단하더군요. 그런 굳건한 의지를 가진 사람이니 그를 따르고 높이 평가하는 사람도 많았던 거겠지요.

그런데 이해가 안되는 게 그는 완전한 자유를 얻은 8번째의 탈출에 성공하고 조지타운에서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었음에도 굳이 그곳을 떠났던 점입니다. 결국 베네수엘라의 국민이 되기는 했지만 어째서 그가 자유로우며 안락한 삶을 살 수 있었던 조지타운을 떠났는지 책에서 설명이 불충분하니 원래 역마살이 낀 사람인가보다고 생각하렵니다. 그리고 자유를 향한 의지와 바르게 행동하려는 자세는 높이 평가해도 여자관계는 좀 문제가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읽다가 느낀 거지만 사람들이 그에게 호감을 가진데에는 그의 말솜씨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직접 13권의 노트에 써서 전문작가에게 다듬어 출판해달라고 보냈더니 잘 쓴 글이라 거의 손을 대지 않고 책을 냈다고 합니다. 확실히 글이 속도감있고 묘사가 생생해서 꽤 빨리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갑자기 건너뛴다고 할까요. 흐름을 타다가 갑자기 다른 방향의 흐름을 마주치거나 툭 떨어져버리는 바람에 잠깐씩 앞으로 돌아가 다시 읽게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오탈자가 있더군요. 30미터라고 써놓고 다음문장에서 300미터로 변해버린다던가 글자가 빠져서 불완전한 단어 같은 툭 튀어나온 암초가 몇 군데 있지만 그리 심각하지는 않습니다.

2권의 거의 끝에서야 출판사에서 교정을 하려고 표시해 놓은 듯한 흔적을 찾았습니다. 수정된 걸 보려면 어서 재판을 찍어야 할텐데 말이죠.



그리고 사족이지만 드가는 탈출한 적이 없습니다. 영화는 어째서 빠삐용과 드가의 이야기로 흘렀는지 모르겠습니다.
2006/07/01 19:02 2006/07/01 19:02
「흑사병의 귀환」 수잔 스콧, 크리스토퍼 던컨 / 황정연 번역 / 황소자리


가끔 코에이의 삼국지 시리즈를 하다 보면 툭하면 역병이 돌아서 각종 수치가 뚝뚝 떨어지곤 합니다. 잘나갈 때는 괜찮지만 이리저리 치여서 도시하나 붙들고 버틸 때는 스트레스를 착실히 높여주는 이벤트입니다.

그런 도시 몇 개에서 일어나는 이벤트 수준이 아니라 유럽을 휩쓸었던 흑사병에 대해 사실 사람들이 아는 게 별로 없다는 걸 알게 해 주는 책이더군요.

이 책의 저자들은 전문적인 의학자가 아니지만 치밀한 자료에 대한 조사와 이를 바탕으로 한 추론을 전염병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놨습니다. 아울러 병으로 죽어간 사람들에 대한 자세한 묘사와 그 시대의 흑사병과 관련된 암울한 기록들, 그리고 현대사회에서 이러한 역병이 얼마나 위협적인가를 보여주어 적당히 흥미를 가질 수 있을 정도의 자극이 되더군요. 인문학 서적이면서도 읽기에 편했습니다. 분량이 그리 많지는 않은 것도 있고요.

미국 드라마 하우스를 재밌게 본다거나 중세 유럽에 관심이 있다거나 퍼즐 맞추기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읽어볼 만할 겁니다.

책 자체에 대해 말하자면 우선 번역이 껄끄럽지 않더군요. 적어도 읽으면서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하는 부분은 없습니다. 오타가 몇 군데 있는데 아직 수정본이 나오지 않아 어쩔 수 없지만 2010년 11월 16일까지 교환해준다니까 많이 팔리면 그전에 2쇄 찍겠지요. 뭐; 그리고 책 끝 부분에 용어별로 목차가 있어 쉽게 찾아볼 수 있게 해놨는데 이건 대부분의 인문학 서적이 취하는 부분이니 딱히 장점이랄 거까진 아니군요.

점수를 매기자면 서점에서 다 읽기에는 좀 눈치 보일 분량이라 마음에 들면 사고 아니더라도 근처 도서관에 없으면 들여놓으라고 요청할 정도는 됩니다.
2006/05/05 17:38 2006/05/05 1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