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여단」 이것도 재밌다.

Posted at 2010/07/15 00:37// Posted in 도서
「유령여단」 존 스칼지 / 이수현 번역 / (주)샘터사 


읽어보니 작가가 장난끼가 많아요. 처음 카이넨이 나오는 부분은 깜빡 속아넘어갔지 뭡니까. 나름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와 연결되는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하는데, 활자라서 가능한 트릭이다 보니 영상화하면 맛이 좀 떨어지겠어요.

일단, '노인의 전쟁' 속편으로는 꽤 어두침침한 이야기지만 읽고나서 기분 더러워지는 책이 아니라 마음에 듭니다. 다만, 뭐랄까 오히려 가벼워서 문제입니다. 쉽게 잘읽히긴 하지만 그만큼 건조하다는 게 문제라서요. 전작도 가볍긴 했지만 그건 원래 가볍게 흐르는 이야기였으니 상관 없지만 이건 훨씬 진중한 분위기를 가지면서도 무게감이 없다는게 좀 아쉽군요.

원래 작가가 글쓰는 스타일이 이렇다고는 하지만 그저그런 시간떼우기용 소설을 읽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언뜻 들 정도였습니다. 작중에서 잠깐씩 이름을 보이는 작품들도 그렇고, 꼭 덕후라노베 쓰는 거랑 비슷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사실 그렇게 생각한데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분위기 보단 캐릭터의 영향이 컸지요.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공평유사公平有私(?)한 또라이 맷슨 장군이 워낙 강렬했거든요. 그 밑에서 고생하는 로빈슨 대령도 은근히 웃겼고요. 역시 100세를 넘나드는 영감탱이들이 경망스럽게 구는 건 비현실적인 느낌이 든단 말이에요. 게다가 여전히 성적으로 난잡한데 아무래도 이런 세계구나 하고 이해해야할 듯.

어쨌든 전작과 마찬가지로 단숨에 읽어낼만큼 재밌었습니다.

그건그렇고 이거 예스24에서 주문했는데 책은 늦게 오고─재고가 없어 주문하느라 늦어진 건 이해 해야하지만 그래도 늦게 주문하고 총알배송으로 먼저 받은 사람이 있을 거라 생각하니 배알이 뒤틀리는 건 어쩔 수 없어요. 그나마 받아보니 제일 위나 아래에 있던 책인지 표지에 강렬한 밴딩자국이 남아서 기분이 더 상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바로 반품 넣었을테지만 크게 파본인 건 아니니 그냥 갖고있기로 했습니다.
2010/07/15 00:37 2010/07/15 00:37
「노인의 전쟁」 존 스칼지 / 이수현 번역 / (주)샘터사 


재밌어요. 요약하자면

존 페리는 할멈 먼저 보내고 적적하게 지내는 노친내였지만 군대에 가서 젊음도 얻고, 할멈도 찾았어요.
게다가 군대가 체질이었는지 무지하게 잘나갔더랍니다. 아, 행복하여라~

이렇게 참 별 것 없는 사랑타령이지만 이 별 것 없는 사랑타령을 뼈대로, 읽기 시작해서 다 읽을 때까지 책을 덮지 않을만큼 훌륭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었더군요. 꽤 수완이 좋은 작가입니다.

좋았던 점들은 역시 사랑타령이 크죠. '몇 번을 죽고 다시 태어나도 다시 만나 사랑하리'라는 식의 이야기는 무척 오랜만에 접하여서 되려 생경할 지경이었습니다. 군대에 대한 묘사도 괜찮았어요.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은 분위기지만 현실이 SF를 따라잡고 있는 시대에 미래에 대해 뻥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겁니다. 그걸 매끄럽게 처리한 것만으로도 훌륭한거지요. 무엇보다 작품 전체에 반질거리며 흐르는 유머는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게 있으면 이상하게 여겨질 세월을 함께 하였던 사람들이, 도저히 서로를 알 수 없는 존재로 마주치는 상황도 칙칙하지 않게 만들어줍니다. 이만하면 읽을거리로써 필요한 대부분의 미덕을 갖춘셈이지요.

여러모로 좋지만 아쉬운 것도 많기는 합니다. 역시 눈에 띄는 건 미형캐릭터로 도배한 인물구성과 우주에서의 전쟁 부분인데, 다른 것들에 비해 떨어지는 부분이 있는 건 아니지만 딱히 더 나을 것도 없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은하전기를 떠올릴 정도였으니까요. 어쩌면 '우주전쟁물'이란 별도의 장르가 있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노인들에 대한 묘사가 제가 알고 있는 노인들과는 좀 다르더군요. 물론 늙으면 애가 된다고들 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환희에 차서 난잡해질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이건 나이의 많고적음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위화감이겠지요.

하지만 그런 아쉬운 점들은 정말 사소한 것들에 불과할만큼 이 책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실 양장본이 아니라서 읽기에 편했다는 것도 마음에 든 이유 중 하나였어요.
2009/02/23 21:31 2009/02/23 21:31

「인연」 세월의 뻥튀기.

Posted at 2006/05/20 16:06// Posted in 도서
「인연」 피천득 / (주)샘터  


좀 된 얘기지만 아직 책이 서점에 깔려있길래 쓰는데 몇 해 전에 피천득 선생의 수필 모음집이 새로 나왔다해서 7천원이나 주고 샀더랬다.

출판사가「샘터」에 홍보하는 글에 혹해서 샀다고 할 수 있지만 읽어보기 전에는 꽤나 만족스러웠다.(양장은 오랜만이었던지라...)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뭔가 이상했다. 전에 어디서 읽었는지 이 책에는 읽지 않은 수필이 단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보고 떠오른 것.

범 . 우 . 문 . 고

그랬다. 범우사에서 천원짜리 범우문고 시리즈를 내면서 처음 내놓은게 피천득 선생의「수필」이었고 아직 집구석에 굴러다니던 책들만 뒤적거리던 시절에 발견한 범우문고 6권 중 유일하게 읽었던게 바로 그「수필」이었다.

얼마나 허무하던지. 불과 수 년 사이에 쪽 수는 2배이상 늘고 가격은 일곱배나 올랐는데 알맹이는 변한게 없다. 물론 소장을 목적으로 발간된 책과 페이퍼백이 차이가 나는건 당연하지만 너무 심하잖아. 글에 나오는 인물이나 장소, 시대와 사물에 대한 설명과 사진정도라도 들어 있었으면 돈이나 안아깝지.

겨우 페이지의 상하여백을 늘리고 글자크기 키워 읽기 편하게 하고 하드커버로 보존성만 높인걸 집에 있는 책의 일곱배나 주고 사다니. 다시 생각해도 상당한 손해였다


네이버 블로그에 2004/04/24 17:01에 올렸던 글.
2006/05/20 16:06 2006/05/20 1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