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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가 희게 나왔지만 실은 분홍색입니다.


CD를 샀습니다. 종종 있는 일이지요. 하지만 이번에 산 건 조금 특별합니다. 영화 '기나긴 이별'의 OST를 샀거든요. 영화를 보고 책을 사고 DVD를 샀으며, 이제야 OST를 샀습니다. 이로써 손에 넣겠다고 마음먹은 건 다 구했습니다.

워낙 오래된 작품이다 보니, 단독으로 OST가 나와있는 걸 구할 순 없었고, '피츠 윌리'라는 작품의 OST와 같이 묶여 CD로 나온 걸 중고로 살 수 밖에 없었습니다. 04년에 나왔지만 다행히도 상태가 깨끗하더군요.

서로 다르게 변주한 7곡의 'The Long Goodbye'는 가만히 듣고 있으려니, 정말 잠자기 좋은 곡들이란 생각이 듭니다. 2천 장 한정으로 나온 음반을 구매대행으로 이베이에서 사느라 돈이 좀 들긴 했지만 아깝지 않아…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고 있습니다.
2010/08/23 20:38 2010/08/23 20:38

「기나긴 이별」 초라하고 멋없는 말로

Posted at 2009/11/19 22:02// Posted in 도서
「기나긴 이별」 레이먼드 챈들러 / 박현주 번역 / 북하우스 


이 시리즈를 순서대로 읽지 않고 바로 결말로 넘어왔습니다. 순서를 무시하고 시리즈를 읽는 건 드문일이지만 추리소설을 읽을 때는 흔한일이지요. 하지만 다읽고나니 역시 순서대로 읽는게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서의 말로는 지친기색이 역력하더라고요. 게다가 여자랑 자다니! 왠지 멋이 없어요. 여태봤던 것들이 물먹는하마가 들어있는 옷장같은 건조함을 지녔다면, 이건 가습기를 틀어놓은 병실 같아요. 하지만 읽는 속도는 '하이윈도' 보다 빨랐던 것 같습니다. 분량이 더 많았음에도요.

뭐, 책에 대한 감상은 그렇다치고 이 책이 '기나긴 이별'이니만큼 비교해볼 것이 있지요. 영화 '기나긴 이별'이요. 원작팬들이 화를 냈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이해했습니다. 제목과 등장인물 이름만 같지 전혀 다른 작품이더라고요. 저는 영화를 먼저 봐서 그런지 몰라도 건조한 웃음이 나는 영화의 결말이 퇴락한 눈물을 머금은 책의 결말보다 좋습니다만, 내용면에서는 확실히 원작쪽이 훨씬 낫더라고요. 보다 짜임새 있고 캐릭터가 복잡했으니까요.

영화에서는 테리 레녹스를 말로의 오랜 친구로 설정해서 책의 앞부분에 해당하는 부분을 대폭 생략했는데, 이 설정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걸 보았고 그렇겠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책을 보니 오히려 생판 남이었던 이와 몇 잔의 술을 나눈 정도의 사이면서도 그만한 위험을 무릅쓰는 게 또 납득이 가더라고요. 그 왜 있잖아요. '아침에 나를 알아주는 이를 만났으니 저녁에 죽어도 여한이 없다' 하는 식의 정서랄까요. 물론 그런 관계로 보기는 어렵지만 제가 미국인이 아니라서 그런건지 감상적인 행동에 크게 위화감을 느끼진 않았습니다.

다만, 린다 로링하고 왜 그런 관계가 된 건지 이해가 안가더라고요. 그리고 범인은 미친여자라는 것도 다른데서 써먹었으면서 또 써먹나요. 시리즈 몇 권이나 된다고. 정말이지 몇 권을 읽어도 읽기 어려운 시리즈입니다.

내용 외적인 부분에서 마음에 안들었던건 말투였습니다. 안그래도 대화순서가 헷갈리는 편인데 같은사람과 대화하면서 경어와 반말을 오가면 어쩌자는 건가요. 급격한 관계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말이 오가다가 바뀌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탈자 같은 건 신경 쓸 겨를도 없을만큼 짜증나는 부분이었습니다. 이런 건 번역의 문제라고 봐야겠지요. 되도록 원작의 분위기를 살리겠다고 그런식으로 번역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존댓말이란 게 없었을텐데 차라리 서로 반말하는 걸로 해버리는게 읽기는 좋았겠더군요.

어쨌든 이로써 '기나긴 이별'을 다봤습니다. 영화도, 책도요. 멋스러운 작품이란 면에서 둘다 좋네요.
2009/11/19 22:02 2009/11/19 22:02

백수도 소비활동은 하는 법.

Posted at 2007/02/03 14:49// Posted in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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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지의 그림이 뉴욕에서 개봉할 때의 포스터라는군요.


"신족가족"을 예스24에서 주문하면 소설책임에도 불구하고 만화책처럼 배송비를 물립니다. 치사해도 적립금으로 사는 마당에 어쩌랴 싶어 이외수 씨의 "날다 타조"와 2천 9백원에 팔던 "기나긴 이별"을 같이 샀습니다. 2000원 아끼고자  몇 천원을 더 쓴 건지 웃기는 짓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사기를 잘했습니다.

2천 9백원짜리 DVD에 속지도 있고 스페셜 피쳐까지 한글화되어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전에 8천 900원인가 주고 산 "빌리 엘리어트"는 모두 제공되지 않던 것들이었거든요. 전에 EBS에서 봤을 때는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좀 혼란스러웠는데 다시보니 모든 것이 명명백백했습니다. 역시 두 번은 봐야되는 거였어요. 말로네 옆집 여자들이 모자이크 처리 되지 않았다는 것도 괜찮았고요. 재밌는 건 DVD는 15세 관람가인데 EBS 방송 때는 심야방송에 그것보다 등급이 높았다는 겁니다. 심의 기준이 뭔지.

"타조 날다"는 순전히 배송비 무료 때문에 끼워 넣은 건데 책을 펼치고 몇 장 넘기지도 않아 상당히 감명깊은 말이 나옵니다.

그대는
먹이를 포식한 봄날의 코알라
정오의 햇빛속에 졸고 있는 칠면조

- 그대는 백수다, 백수는 아름답다 中 -

이런 아리따운 문장이라니! 그야말로 딱 제 상태군요. 요즘은 배가 고파서 먹이를 찾고 있지만 유칼리투스 나무를 죄다 다른 코알라들이 차지하고 있고 어쩌다 빈 나무가 생겨도 차지하기 쉽지않아 아예 나무늘보 흉내를 내는 상황이라 가슴이 아프답니다.
2007/02/03 14:49 2007/02/03 14:49

EBS에서 「기나긴 이별」을 보다.

Posted at 2006/03/12 11:23// Posted in 영화


EBS의 기나긴 이별 소개

챈들러의 책은 '하이윈도'와 '안녕, 내 사랑' 정도만 읽었는데 EBS에서 기나긴 이별을 해준다길래 봤는데 영화내내 흐르는 The Long Goodbye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영화에 다양한 편곡으로 같은 곡이 나오는데 그중에서도 처음 시작할 때 테리와 말로를 각각 보여주는 부분에서 노래 또한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부른 걸로 들려주는데 시작부터 영화에 취하게 하더군요.
화면과 음악이 잘 어우러져 좋았습니다.

배우들 연기야 아는게 없으니 별로 쓸말은 없지만 필립 말로 역을 맡은 엘리엇 굴드가 끊임없이 중얼거리며 1인칭으로 전개되는 소설의 맛을 살린 게 좋더군요.

챈들러는 미려한 문장으로 글을 쓰지만 추리가 약하다고 하지요. 영화도 그렇더군요.
도망가는거 도와 달라는 친구 테리와 남편 찾아달라는 아줌마와 테리가 들고간 내 돈 내놓으라고 윽박지르는 건달이 서로 얽혀서 돌아가는데 제가 따라가기 어려운 추리를 합니다.

머리가 나빠서 못따라가는 거 아니냐 할 수 도 있지만 글쎄요, 어째서 말로가 그런식으로 실비아와 로저를 연관 지었는지는 의문입니다. 말로가 모리 코고로와 같은 부류였나?

하기야 애초에 사람에 대한 표현이 재밌는 작품이지 추리는 중요한게 아니니까요.
필립 말로야 특유의 빈정거림과 사립탐정의 프로정신만 살아있으면 헐리우드에서 살아갈 수 있을거고.

아무튼 오랜만에 TV에서 재밌는 영화를 봤습니다. 단지 19금인데 말로네 옆집여자들 뿌옇게 처리한게 아쉬웠습니다.
 
2006/03/12 11:23 2006/03/12 11:23